경제·금융

기업회계 투명성 제고돼야

기업경영이 이처럼 투명하지 못한 것은 1차적으로 경영자의 자세때문이다. 자기가 책임맡고 있는 기업에 대한 정보를 자본시장에 진실되게 제공하겠다는 경영철학이 확고하게 서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아무리 좋은 기업회계기준이 마련돼 있다 하더라도 투명성을 달성하기가 어렵다. 한국의 교통질서가 선진국 수준에 못미치는 것이 우리의 교통법규가 미흡해서가 아니라 운전자들의 의식수준이 아직 만족스럽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 논리다.기업의 지배구조특성도 투명성 제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소유주 경영자 중심의 조직구조가 경영자로 하여금 기업에 관한 정보를 투명하게 시장에 제공하려는 유인을 근본적으로 가로 막고 있는 것이다. 기업경영의 목적이 기업가치의 극대화, 주주가치의 극대화라고 가정할때, 지금과 같은 대주주이면서 동시에 경영자인 한 두사람 대 다수의 소액주주들과의 관계에서는 대주주 경영자가 기업의 이익을 제대로 보고하려는 의지가 생겨나기 어렵다. 오히려 소액주주들의 몫을 은밀히 자기의 몫으로 이전시키며, 비자금 조성 등 성과배분의 흐름을 왜곡시킬 유인이 투명성 제고 유인보다 더 크다. 기업의 회계정보를 감사하는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이 철저히 검증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우리와 같은 기업의 지배구조하에서 기업 외부에 있는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의 투명성 면에서 그래도 기댈만한 곳이라면 바로 외부감사인이다. 그런데 감사인 선임제도나 우리의 관행도 감사인이 감사대상기업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감사인이 경영자문 서비스나 정보시스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고, 독립적인 감사를 수행하기가 어려울만큼 소유주 경영자와 가까운 경우도 있다. 결국 감사인이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편이 되기보다는 경영자의 편에 설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투명성에 관한 구조적인 모순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방안이 있다. 우선 실질적이고 과감한 소유의 분산을 유도해야 한다. 우리나라 특유의 기업집단 결합재무제표 같은 것이 필요 없는 기업지배구조를 가져야 한다.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될수록 부패가 심화된다는 논리는 기업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둘째, 기업을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합병·인수(M&A)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M&A시장이 활성화 된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들에 관련된 정보가 파헤쳐진다는 뜻이다. 잘되는 회사의 주식은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못되는 회사의 주식은 낮게 평가받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셋째, 전문경영자들의 시장이 빨리 형성되어야 한다. 최근 정부의 한 정책당국자도 이에 대한 언급을 한바 있다. 소유주는 자본을 댄 사람으로서 뒤로 물러나고 경영을 전문적으로 잘 하는 사람들이 참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외부감사인의 독립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경영자로부터 독립된 감사위원회를 적극 활용한다든지, 감사인 선임에 있어 독립성에 대한 사전검증을 철저히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의 투명성은 말로만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경영자의 자세 변화와 함께 기반조성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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