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10만원 내고 11만원 받자

지난해 개정된 정치자금법은 불법 정치자금의 흐름을 차단하기 위해 기존 집회형식의 후원행사나 법인ㆍ단체 명의의 정치자금 기부를 일절 금지했다. 아울러 개인이 한 정치인에게 연간 500만원까지 기부할 수 있도록 한도를 정했다. 그러나 소액다수의 깨끗한 정치자금을 권장하자는 취지에서 정치인후원회에 후원금을 기부하면 연간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를 해주고 소득세에 부가되는(10%) 주민세까지 감면, 총 11만원을 공제해주도록 하고 있다. 오염될 대로 오염됐던 정치자금의 순환시스템을 개조해 ‘깨끗한 정치자금’을 유통시키기 위한 정화장치가 가동된 셈이지만 작동은 제대로 안되고 있다. ‘10만원 후원에 11만원 환원’이면 손해는커녕 만원이 이익이 되는데도 국민들은 여전히 냉담하다. 국회의원의 경우 연간 1억5,000만원이라는 기부한도가 정해져 있다. 그러나 17대 국회에서는 몇몇 유력(?) 정치인을 제외하면 이 한도를 채우는 의원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정치자금의 고갈현상이 심각하다. 국민들은 정치인에게 깨끗한 정치를 요구하면서도 소액의 후원금이라도 기부하는 데는 인색하다. 깨끗한 정치를 하는 데도 여전히 정치자금은 필요하다. ‘정치자금’이라는 용어가 일반인들에게 주는 인상은 아직도 음성적이고 불법ㆍ탈법적이다. ‘정치자금은 곧 검은돈’이라는 등식은 정치자금을 청탁이나 이권의 산물로 보는 데서 출발한다. 물론 지금까지 이 등식을 성립하게 한 장본인은 바로 정치권과 이에 기생해 이익을 얻으려는 이해집단들이었다. ‘검은돈 수수’로 인한 사건의 핵심에 항상 정치인들이 있었고 이렇게 만연한 도덕불감증이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자금 기부문화’ 자체를 외면하는 정치풍토를 형성하게 했다. 선진국의 유권자 운동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소신 있는 의정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소액의 정치자금을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우리도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인에게 소액을 기부해 깨끗한 정치의 물꼬를 바로 터주는 정치문화가 생활화됐으면 싶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