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과 건설투자 증가에 힘입어 지난 3ㆍ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지는 등 경기가 차츰 회복국면에 들어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기업의 설비투자는 감소폭이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고 최근 기업 대선자금 수사 등 악재까지 겹쳐 경기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ㆍ4분기 실질GDP는 전년동기대비 2.3% 증가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이는 지난 2ㆍ4분기의 1.9% 성장률보다 개선된 것은 물론 3ㆍ4분기 성장도 2ㆍ4분기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한은의 지난 달 예측을 넘어선 것으로 국내경제도 2분기를 바닥으로 점차 회복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조성종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수출이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고, 건설투자도 늘어나 3ㆍ4분기 우리 경제는 2ㆍ4분기에 비해 뚜렷이 나아졌다”고 진단하고 “지난 7ㆍ8월은 별로 안 좋았고 주로 9월의 호조에 힘입어 이 정도로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4ㆍ4분기에는 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국장은 “3ㆍ4분기 성장률 2.3% 자체만 보면 높은 편은 아니지만 계절변동조정(계절적 요인으로 영향받는 부분을 제외한 통계)실질GDP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에서 1.1%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는 점, 비농림어업부문의 전분기대비 성장률이 1.6%로 상당히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는 점 등은 우리경제가 실질적으로 회복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경기가 서서히 회복단계로 들어서고 있지만 중장기 성장동력인 설비투자는 계속 위축돼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조 국장은 “민간소비도 전년동기와 비교하면 감소했지만 2ㆍ4분기에 비해서는 좋아졌다”며 “문제는 설비투자 감소폭이 더욱 커지고 있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3ㆍ4분기 건설투자는 7.8%늘어 높은 증가세가 이어졌으나 설비투자는 전분기 0.8%감소에서 4.7%감소로 감소폭이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민간소비는 전년동기 대비 1.9% 감소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지만 전분기와 비교하면 1.2% 증가해 다소 나마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한편 대외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년동기대비 1.1% 증가에 그쳐 GDP성장률에 못미쳤다. 또 소비와 투자위축으로 내수의 성장기여율은 2ㆍ4분기의 마이너스 7.8%에서 마이너스 30.9%로 추락한 반면 수출의 성장기여율은 107.8%에서 130.9%로 크게 뛰어 우리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냈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