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의 이사회가 이르면 금주중 열릴 것으로 관측되면서 사태의 초점은 이사회 상정안의 내용으로 이동하고 있다.
라응찬 신한지주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이번 이사회를 통해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을 대표이사직에서 해임시키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이사진의 호응은 아직 크지 않다. 정행남 재일한인상공회의소 고문 등의 주요 재일교포 사외이사는 물론이고 류시열 사내이사마저 진상이 밝혀 지지 않은 의혹만으로 신 사장 해임안을 이사회에 올리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이사회는 검찰 고소인측인 라 회장ㆍ이 행장과 피고소인인 신 사장측이 비리 의혹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주고 받는 ‘예비 법정‘을 방불케할 전망이다. 즉, 류 사내이사와 8명의 사외이사들가 원고와 피고의 변론을 듣는 ‘배심원단‘처럼 양측의 소명을 듣고 해임안 상정 및 의결 여부를 현장에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이 행장측은 신 사장의 혐의를 입증할 증언과 자료를 충분히 입수했고 그중 핵심 자료 등을 이사회에서 내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이 행장측 관계자는 “(신 사장이 배임혐의를 사고 있는) 문제의 금강산랜드 대출을 담당했던 역대 20여명의 심사역과 지점장 등 주요 관계자들의 증언을 확보했다“며 ”특히 고위 간부급으로 갈수록 신 사장으로부터 직접 (금강산랜드 등에 대한) 대출압력을 받았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어 녹취 등을 통해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행장측은 이번 이사회에서 이사진들이 요청하면 해당 녹취록과 문제의 대출과 관련한 심사역들의 일지 기록인 ‘여신심사카드‘ 등 다양한 자료를 공개해 해임안 상정ㆍ통과를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신 사장측은 이사회에서 자신이 무고함을 적극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출 관련 배임 및 고문료 횡령 등의 혐의에 대해 “신한은행측 주장은 일방적 주장”이라며 “이사회에 참석해서 해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사장은 신한은행이 배임ㆍ횡령 혐의로 자신을 고소한 과정에 대해서도 “소명 기회도 없이 절차가 너무 일방적이고 급속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이 저쪽(신한은행)으로 넘어갔으니 법률 대응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행장과 함께 대출 관련 비리 협의로 고소된 한 신한금융 계열사 사장은 “신한은행은 여신심사카드에 (당시 신상훈) 은행장의 대출 승인 압력을 증거하는 기록이 있다고 주장하는 데 그 기록은 사후에 의도적으로 누가 첨삭한 것일 수도 있지 않느냐”며 신한은행측이 주장하는 증거 자료의 진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사회에선 이밖에도 신 사장이 금강산랜드 홍충일 대표와 사촌매제 관계인지 등을 넣고 설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한지주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신 사장 해임문제는 그룹 경영진의 존망이 걸린 문제인 만큼 당사자(신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이사들의 만장일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만약 해임안이 상정돼 통과되더라도 반대표가 많이 나오면 라 회장측도 타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