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일대에서 이른바 `퍽치기`에 의한 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용의자들은 지하철이고, 편의점이고, 유흥가이고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돈`냄새 슬슬 피우는 이들의 뒤꽁무니에 따라붙어 묵직한 쇠구슬을 날려대는 이들은 심지어 대로변에서 피비린내나는 살육을 서슴지 않는다. 불시에 범행대상을 가격한 뒤 가진 것을 모두 빼앗는 퍽치기는 살려줄테니 돈만내놓으라는 복면강도나 취객의 주머니를 몰래 털어 달아나는 아리랑치기에 비해 훨씬 악질이다.
한편 관내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맡게 된 강력 3반은 좀처럼 수사의 방향을 잡지 못한다. 강력3반 식구들은 출근할 때 한명, 퇴근할 때 두 명씩 범인을 잡았다는 전설적인 김반장(기주봉), 유능하고 인간적이지만 총기사건으로 내사를 받고 있는 오영달(정진영), 칼만 보면 겁을 내는 장칠순(김명국), 발령난 지 6개월에 불과한 신참 형사 방제수(양동근)등이다.
한달여간 네명의 희생자를 낸 `퍽치기 연쇄살인범`을 잡기위해 방제수는 오달영과 짝을 이뤄 며칠씩 몸을 숨기고 잠복을 하는가 하면, 사건 발생 지역을 뒤지고 또 뒤진다. 그래도 범인들은 `나 잡아봐라`라는 식으로 계속 범행을 저지른다. 급기야 오영달과 방제수는 조폭 도상춘(이도경)의 조직을 `접수`하고, 이제 형사들은 조직 폭력배의 조직망을 총동원해 수사에 나선다.
`약속`으로 350만명의 관객을 울렸던 김유진감독이 5년만에 내놓은 작품 `와일드 카드`(제작 씨앤필름ㆍ유진 E&C, 배급 시네마서비스)는 전형적인 `형사 버디 무비`다. 그러나 `투캅스`부터 시작해서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공공의 적`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보여져왔던 액션이나 코미디적인 요소에 치중했던 내용과는 맛이 다르다. “일선에서 뛰고 있는 200여명의 강력계 형사들을 취재해서 시나리오를 썼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사선(死線)에 선 형사들의 애환을 설득력있게 녹여냈다.
돌고 돌고 잠복하고 순찰하고 의심나는 족족 잡아들여 족치는 형사들에게 딴지 거는 놈들에게 “니들이 무슨 독립투사냐? 얼른 불어라!”, 사시미칼 날아오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법대로 범인을 검거해야 하는 형사들은 “민주경찰 뱃가죽은 철판이냐?”, 피말리는 잠복끝에 드디어 범인과 마주친 방형사지만 오형사의 만류에 총을 쓰지 못하고 “아 씨팔! 왜 총을 못쏘게 해!”등에서 그들의 애환을 느낄 수 있다.
시종일관 걸죽한 입담과 대사의 치고 받는 재미, 쉴새없는 싸움박질, 그리고 범인을 잡기 위해 달리는 모습을 코믹하면서도 긴장감있게 보여주는 `와일드 카드`는 능글거리며 배시시한 웃음을 보이는 양동근, 반듯하면서도 망가지기까지 하는 정진영 투탑의 호흡과 조연들의 감칫맛 나는 연기로 또다른 형사영화 보기의 재미를 더한다. 특히 조연인 조폭들의 코믹연기가 볼만하다. 대부분이 연극판에서 오랜 경험을 살린 연기자들인데, 이는 각본을 쓴 연극인 이만희작가의 공인듯 싶다. 제목 `와일드 카드(Wild Crad)`는 카드놀이에서 위급할 때 `조커`처럼 쓰는 패.
16일 개봉.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