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기 '급강하' 우려 증폭 한경硏, 국내기관으론 처음 내년 성장률 3%대 전망북핵사태 악화 전제않고도 '3%대 성장' 경고美주택경기·국제유가·대선 정국등도 불안요소"기업투자 활성화·건설경기 연착륙 정책등 펴야"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관련기사 "내년 성장률 3.8%로 떨어질 것" "자본수지도 불안하다" "對日 수출 포기 확산" 북한의 핵실험 사태 등으로 내년 경기에 대한 경제연구소들의 전망이 갈수록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다. 정부는 한국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로 4.6%를 제시하고 있지만 민간 연구소들은 4% 초반대로 보고 있다. 더구나 한국경제연구원이 29일 국내 연구기관으로는 처음으로 3%대를 제시하는 등 경기 하강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성장률 전망치에는 각종 대외 악재들이 반영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북핵 사태 이후 군사적 충돌 가능성 ▦미국경기 급랭 ▦유가 재상승 위기 ▦내년 대선정국으로 위한 정치 및 경제 정책 혼란 ▦경상수지 적자속 원화강세 등 내년 한국경제의 5대 변수가 현실화하면 내년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마저 내놓고 있다. ◇경기전망 갈수록 악화= 이날 한경연은 내년 성장률을 3.8%로 전망, 지난 9월6일 4.1%를 제시한 지 불과 1달반만에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는 정부 예상치인 4.6%보다 0.8%포인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4.3%에 비해서는 0.5%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그동안 국내 민간연구소들이 내년 경제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긴 했지만 3%대 전망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경연은 북핵 변수로 인한 기본 시나리오로 ▦개성공단사업과 금강산사업 위축 ▦가계 소비심리와 기업 투자심리 위축 ▦대외 신인도 하락과 자본유입 감소 등을 우려했다. 한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단순 참여하는 수준으로 북핵 사태가 전개되더라도 우리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삼성경제연구원 4.3%, 금융연구원 4.2%, 현대경제연구원 4.2%, LG경제연구원 4.0%안팎 등의 전망치를 내놓고 있지만 일부 연구소들은 전망치를 수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사태, 미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 등으로 내년 경기에 대한 불투명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는 것. 외국 기관들도 4%대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UBS(3.6%) 등은 3%대 성장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북핵 변수가 최대 관건= 더구나 이들 연구기관의 성장률 전망치가 북핵 사태가 군사적 충돌 등으로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깔고 있다는 게 더 문제다. 한경연은 우리나라가 PSI에 본격 참여하고, 인근 해역의 해상검역 확대와 무력충돌 직전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경우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사회불안 심리확산과 국가신용등급 투자적격 이하 하락 등으로 환율, 물가, 금리, 국제수지 등 모든 경제지표가 악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대경제연구원도 “내년 성장률은 핵 사태가 더 악화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4.2%로 보고 있다”며 “한반도의 위기 상황이 장기화하면 3% 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도 “미국 주택 버블(거품)이 꺼지거나 북핵 사태가 장기화되면 내년 우리 경제는 당초 전망치인 4.3%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경기와 유가 동향도 관건= 미국 경기의 급랭 및 국제 유가의 재상승 가능성도 한국경제를 짓누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 경기 전망은 ‘완만한 하강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하지만 주택 및 무역 수지 악화로 올 3ㆍ4분기 경제성장률 1.6%로 3년래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비관론도 커지고 있다. 비관론자들은 “그동안 성장세를 보였던 비주거용 투자도 급격히 위축되면서 4ㆍ4분기 성장률이 더 악화될 것”이라며 “미국 경제가 내년 1ㆍ4분기까지 완전히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안정세를 보이는 유가가 내년 다시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국제유가 하락 지속될 것인가’ 보고서에서 “수급 불균형, 중국 등 개발도상국의 수요 증가, 중동 정세 불안 등 유가 불안 요소가 여전하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유가가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85달러에 이르면 제3차 오일 쇼크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선 정국 등도 불안 요소= 내년 대선과 환율 동향도 주요 불안 요소로 꼽히고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급조한 경기 부양책들이 오히려 경제안정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02년 대선 이전 실시한 신용카드 사용 촉진과 가계대출 확대 정책 등이 아직도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정치적인 논리에 의해 비합리적인 정책들이 나오면 정책 혼선으로 경기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내년 경상수지 적자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약(弱) 달러 추세 지속, 위안화 강세 등의 영향으로 원ㆍ달러 환율이 오히려 하락하면 한국경제는 내수침체와 수출 악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도 있다. 유 본부장은 “내년 한국 경제는 지난 2003년 이후 5년 연속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장기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경기 확장적 금리ㆍ재정 정책과 기업 투자 활성화, 건설 경기 연착륙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입력시간 : 2006/10/29 1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