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후보지였던 두 곳이 모두 합격기준인 50점을 훨씬 밑도는 점수로 탈락하면서 정부가 이들 지역에 대한 지원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묘안은 마땅하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신공항 백지화로 워낙 두 지역 민심이 좋지 않게 들끓고 있어 이를 달랠 수준의 지원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지원책을 내 놓을 경우 과학비즈니스벨트 후보지 선정이나 토지주택공사(LH) 본사 이전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총리실의 한 고위관계자는 30일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심사 결과가 공개되자마자 탈락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대책을 내놓는다는 것 자체가 시간적으로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구체적인 지원대책은 좀 더 논의를 끝낸 뒤 내놓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과 달리 이미 여러 대안이 정부나 정치권에서 흘러나왔다. 어차피 공항건설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먼저 김해공항을 확장한 뒤 중장기적으로 동남권 지역에 국제공항을 건설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김해공항 확장은 단기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지원책이다. 현재 7조5,000억원을 투입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과 군(軍) 기능을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특히 김해공항의 군 기능을 사천ㆍ포항 공항 등지로 이전할 경우 활주로 이착륙 용량이 25~30% 확대되는 효과가 발생해 오는 2030년까지 동남권 항공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여기에 동남권 신공항 카드를 완전히 버리지 않고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는 것도 거론되는 방안 중 하나다. 대략 2025년쯤 공항 수요가 한계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해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신공항 후보지였던 밀양이나 가덕도는 평가항목 중 가장 높은 40%의 비중을 차지하는 경제성에서 크게 미달했다는 점에서 공항 수요가 한계에 달하는 2025년에는 경제성이 좋아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깔려 있다. 박창호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위원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영남권 허브 공항이 필요하다는 것이 내 소신이지만 아직 여건이 성숙하지 않다고 위원들이 평가한 것 같다"고 말해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가능성은 낮지만 영남권과 인천공항을 2시간 내에 연결하는 직통 고속철도(KTX)와 동남권 KTX를 건설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영남권에서 인천공항까지 접근성을 최대한 높여 신공항 무산에 따른 지역의 불만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인천공항 KTX가 건설되면 대구~인천공항은 1시간30분, 부산~인천공항은 2시간 이내에 연결되며 이렇게 되면 동남권 신공항의 필요성이 사실상 없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KTX 대안(代案)'도 상당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점 등에서 쉽게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총리실의 한 고위관계자는 KTX 대안론에 대해 "너무 앞선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축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는 과학비즈니스벨트의 거점별 분산을 꺼내고 있다. 특정지역에 과학벨트를 건설할 것이 아니라 현재 유치전에 뛰어든 대구ㆍ경북 지역은 물론 충청권, 호남권 등에 분산해 유치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여론 달래기를 위한 꼼수 수준의 방안이라는 지적이 높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기자와 만나 "신공항과 과학벨트ㆍKTX를 연계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선을 그었고 김태환 한나라당 의원(경북 구미을)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과학벨트 같은 국책사업을 달래고 입막음시키려고 나눠주면 되겠느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