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거래허가제, 개발이익환수제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하는 2단계 부동산 대책의 당위성은 여론의 우세로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지 않더라도 실시하는 쪽에 무게중심이 기울어져 있다.
하지만 정부가 2단계 조치에 대한 검토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여전히 조속한 시행이 필요하다”는 측과 “지나친 규제가 시장기능을 마비시킨다”는 반대론자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2단계조치의 시행시기의 기준과 대상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과 잡음이 예상되고 있다. 주택가격이 얼마나 더 오르면 시행할 것인지 어느 지역으로 한정할 것인지, 어느 정도 하락을 유도할 것인지에 대한 밑그림이 조기에 정해지지 않을 경우 시장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고 정책효율성도 높일 수 없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추가조치 실기(失期) 말아야 = 무엇보다 정책시행 여부에 시장관심이 쏠려 있다. 집 없는 수요자들은 현재 하락조짐이 시장에서 구체화되길 원하고 있으며 부동산 전문가들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한다는 점에서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주택거래허가제 등을 포함한 조치를 3~6개월정도 집값추이를 지켜본 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부동산공개념검토위원회에서 시행여부를 검토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주간단위 집값 변동률이 1%이상 수차례 지속되거나 시장에서 약발을 확인한 후에야 추가조치를 강구한다면 이미 때가 늦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실제 지난해 분양권 전매를 제한하는 `3.6`조치로 신규분양시장이 잠시 얼어 붙는듯 했지만 그 후 6~9월 재건축시장을 중심으로 서울집값은 11.37%나 폭등했다. 지난 한해 서울집값 상승률이 31.6%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3~4차례 부동산대책이 장기적으로 시장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한 채 집값 상승탄력이 지속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경실련 정책실 박한기부장은 “현재 관망세가 지속되면 시장에서 느끼는 추가조치에 대한 필요성도 줄어 유야무야될 가능성도 크다”며“특히 정부입법형태로 주택법개정을 추진해도 정당들의 반대로 국회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부동산공개념, 안정의지가 중요 = 현재 주택거래허가제가 도입될 경우 건교부장관이 허가구역을 지정, 1가구 다주택보유자가 추가로 집을 취득하는 것만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발이익 환수제는 개발부담금, 도시환경기금 부과, 분양가규제 등 가운데 어떤 방식이 적정할지 가닥이 잡히지 않았다. 무엇보다 제반 법률검토나 시장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시행될 경우 주택공급이 크게 줄고 재건축 단지간 형평성, 시장자율 기능 마비 등 부작용을 불러 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부연구위원은 “이미 도입한 정책들도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 채 시장혼란을 일으키는 추가조치는 바람직 하지 않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사실상 장기적으로도 다주택자들의 매수세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시장이 안정되면 추가적 조치보다 수급문제 등을 재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투기를 잠재울 수 있는 후분양제나 분양가 원가공개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결국 공개념을 굳이 도입하지 않고 정부가 강력한 안정의지의 `시장 시그널`만 보여줘도 장기적인 주택시장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현욱기자 hw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