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일 확정한 고위공직자 백지신탁제도에 따라 고위공무원 등 재산공개 대상자들은 내년부터 주식 취득이나 주식과 관련한 권한 행사가 크게 제한을 받게됐다.
백지신탁을 하는 경우 공직자는 신탁재산의 관리나 운용, 처분 권한의 일체를신탁회사에 완전 위임해 그에 관여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해 신탁자와 수탁자가 정보를 주고받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번 법안은 정경분리의 원칙을 더 확고히 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주식거래나 보유를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대리인인 공직자는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 직무에 전념해야 하고 사익을 위해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이용해서는 안된다는원칙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정몽준 의원 처럼 기업인출신 의원의 경우 기업경영권을 침해받는다는 주장이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이같은 취지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행정자치부는 백지신탁제도를 도입한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도 공직자의업무외 소득 및 취업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고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는 재산을 처분하도록 하는 등 공익을 우선으로 한 직무수행에 전념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고설명했다.
딕 체니 미 부통령과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경우 기업 CEO를 사임하고 주식을 매각했으며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도 텍사스 주지사 당선 직후 텍사스 레인저스 주식을 매각하고 운영을 포기한 바 있다는 등의 사례도 들었다.
정부는 뿐만 아니라 부동산을 포함한 다른 재산에 대해서도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제도를 확대 도입할 계획이어서 갈수록 공직자들의 재산권 행사는 제한을 받게될전망이다.
정부의 이같은 의지가 확고한 만큼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대상도 앞으로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당장은 1급 이상 공무원 등 재산공개 대상자들이 적용을 받게되지만 4급 이상재산등록 대상자들에게 모두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나온 바있어 대상자들이 더 하위직급으로 확대될 공산이 크다.
신탁대상 주식의 금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2천만~5천만원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당초 신탁을 담당할 은행연합회 측에서는 1억원 정도가 적당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시민단체나 정당 등에서는 법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려면 2천만-3천만원 정도가 적당하다는 의견을 제시, 행정자치부가 일단 5천만원 이하에서 정한다는 방침만 정했다.
재산공개 대상자 가운데 2천만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사람은 627명, 5천만원 이상 주식보유자는 494명으로 신탁대상 금액이 적어질수록 법 적용대상자 수는 늘어나게 된다.
백지신탁제도는 지난해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시 참여연대 등에서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도입을 거론했으며 지난 4.15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서도 공약사항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한편 행자부는 '공직자윤리제도 개선 방안'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 재산등록의무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이해충돌 방지제도를 마련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