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6월 23일] MSCI의 상술과 뱀머리 증시

한국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이 또다시 불발됐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 연속 고배를 마신 것이다. 편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터라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많지만 호재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요즘 상황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MSCI가 한국 증시를 선진 시장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시장 '외적' 변수가 가장 크다. 한국 증시의 시세 정보를 누구든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수 사용권을 보장해 달라는 게 모건스탠리 측의 요구다. 문제는 이들의 요구라는 게 사실상 '무리한 꼼수'라는 것. 이미 MSCI는 한국 증시의 시세 정보를 무료로 이용해 MSCI한국지수 등을 만들어 이를 글로벌 운용사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의 요구 이면에는 시세 정보를 이용, 코스피200지수선물 및 옵션과 유사한 상품을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 마음껏 팔 수 있도록 해달라는 상술이 숨어 있다. MSCI가 지수를 팔아 이윤을 남기는 장사꾼인 것을 감안한다면 우리 증시를 선진 시장으로 넣어주는 조건으로 자신의 이익을 챙기겠다는 MSCI의 속셈은 당연해 보인다. 결국 MSCI 선진지수 편입 문제는 '딜'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이제 더 이상 국내 증시가 불리한 조건의 딜에 응해야 할 정도로 호락호락하지는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이미 수많은 글로벌 자금들이 국내 증시를 선진 시장으로 분류하고 있는데다 외국인의 자금이 더 필요할 정도로 국내 증시의 현재 유동성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일각에서는 선진지수에 편입돼 '용꼬리'가 되느니 이머징마켓에서의 '뱀머리'가 되는 게 낫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 최대 거래 규모를 자랑하는 국내 선물ㆍ옵션 시장을 양보하면서까지 국내 증시를 선전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며칠 전에 만난 국내 금융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달러 한푼을 귀하디 귀하게 여겼던 과거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미 외부 잣대에 의하지 않고서도 국내 증시는 충분히 선진국 대접을 받고 있다. 더 이상 MSCI의 상술적 접근에 휘둘리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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