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의 여파가 잠자고 있던 은행세(bank levy)를 깨우고 있다. 이번에는 대형은행에 대한 금융위기의 책임비용 성격보다는 과도한 자본유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더 강하게 거론되고 있다. 환율전쟁으로 인해 화폐가치가 절상될 수 밖에 없는 신흥국의 입장에서는 외화유동성에 대한 안전장치를 확보하겠다는 논리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외환시장안정협의회 등을 통해 자본유출입에 관한 시스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세금으로 부과하는 것은 다소 경직된 면이 있는 만큼 부과금 형태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G20 에서 환율갈등 문제가 다뤄지고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문제"라며 "G20 이후 곧 바로(12월) 발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차관은 무분별한 외화유출입 시스템 개선이 환율규제로 받아들여지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를 나타냈다. 그는 "외환시스템 개선이 환율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환율을 위해 장치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며 "자본 변동성을 완화하자는 것이 주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가 조심스럽게 자본 유출입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미국이 달러를 풀며 글로벌 유동성이 신흥국으로 몰려오며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한번에 몰려왔던 글로벌 유동성이 2008년과 같이 한번에 빠져나갈 경우 3,000억달러에 가까운 외환보유액을 가지고도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2차 양적 완화 움직임에 따라 신흥국들은 급격한 자본 유출입에 대한 통제장치 마련에 고심이다. 최근 단기 투기성 자금에 대해 금융거래세를 기존 2%에서 4%로 올린 브라질은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은행세를 통제장치로 적극 타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다 재정적자에 고심하고 있는 EU는 대형은행의 은행세 도입에 다시 적극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EU는 주식, 채권, 외환 등 금융상품 거래에 세금을 물리는 '금융거래세'(FTTㆍFinancial Transactions Tax)와 금융회사에 세금을 부과하는 금융활동세'(FATㆍFinancial Activities Tax)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 관계자는 "은행세가 금융개혁 부문에서 이제는 환율 등 거시경제 건전성 차원으로 논의가 발전 될 가능성도 있다"며 "최근 정부가 검토 중인 자본유입 규제 방안도 변형된 은행세 논의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