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도급공사에 치중했던 대형 건설업체들이 시행과 시공을 동시에 하는 자체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 쌍용, SK, 삼성 등 대형 건설사들이 직접 사업부지 확보에 나서거나 개발사업 테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자체사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건설사들이 이같이 자체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사내 보유금이 풍부해져 자체사업을 위한 여력이 생긴데다 시행사에 돌아가는 중간 마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김포 신곡리 일대 10만평 규모의 아파트 부지를 매입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 99년 이 지역 토지를 매입하기 시작했으나 자금난 및 인허가 문제로 사업진행이 지지부진 했다. 그러나 유동성 위기가 해소되면서 자금이 확보돼 부지매입을 마무리하고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대는 이 부지에 들어설 총 2,600여 가구의 아파트를 조만간 분양할 예정이다.
쌍용건설은 용인시 하갈리 인근에서 1,500 여 가구의 아파트 건립을 위한 부지를 확보중이다. 현재 토지 매입이 거의 마무리된 상태로 올 하반기 분양할 예정이다. 쌍용건설은 또한 경기도 부천시 한국화장품부지에서 2만평 규모의 아파트형 공장‘테크노파크Ⅲ’의 개발사업을 진행중이다. 이 사업은 쌍용건설이 개발을 제안한 것으로 시행, 분양, 시공을 모두 맡는다.
SK건설도 최근 토지를 매입하는 시행사 역할을 담당할 별도의 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으로 직접 사업에 뛰어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직접 사업에 나서는 것은 시공 이익뿐 아니라 시행에 따른 이익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건설사들은 IMF 이후 안정성 위주의 경영을 하면서 위험부담이 큰 자체사업을 꺼려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경기가 활황세를 타면서 경영상태가 개선되고 사내 유보금이 쌓이면서 자체 사업을 위한 여력이 마련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건설업체들이 시행과 시공을 동시에 할 경우 아파트 분양가격이 낮아지고 이익은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사가 땅을 제공하면서 엄청난 이익을 취하는 현상이 사라지고 건설업체들이 적정선에서 토지가격을 산정하는 만큼 아파트 분양가격이 낮아진다는 얘기다.
다만 대기업들이 시행사 역할을 할 경우 지주들이 토지 매도가격을 높이는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별도의 시행사를 만들어 토지를 상대적으로 싸게 사들인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