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2월 9일] 스포츠는 스포츠다

김진영<문화레저부 차장>


참 예쁘다. 세계 빙상연맹이 주최한 4대륙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연아(19ㆍ고려대입학 예정)나 미래에셋과 5년간 최대 75억원의 계약 대박을 터뜨린 신지애(21)는 그 나이의 풋풋함만으로도 보기 흐뭇하다. 게다가 온 국민을 열광시킬 만큼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 기량을 선보이고 있으니 보는 눈길에 미쁨이 가득할 수밖에 없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과 뜻밖의 무적(無籍)신세라는 고비를 넘어 한 단계 성숙한 터라 그들을 향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두 선수는 올 한해 세계 무대를 주름 잡으며 경제위기의 시름에 찬 국민들에게 큰 위로를 줄 것이다. 지난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가 보여줬던 맨발 투혼이 떠오른다. IMF 체제에 접어들었던 당시 박세리가 보여준 불굴의 정신은 우리에게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불러 일으켰고 그 덕인지는 몰라도 다른 나라 전문가들이 예측한 것보다 일찍 IMF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다시 경제위기를 맞은 요즘 김연아와 신지애가 낭보를 전하자 이들에게 ‘제2의 박세리’를 기대하는 눈빛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뿐 아니라 소위 ‘박세리 키즈’로 불리는 20대 초반의 여자 골프 선수들과 오는 3월 WBC대회를 앞둔 야구 대표팀, 유럽에서 활동하는 박지성 등 축구 선수들,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둔 축구대표팀 등에게도 마찬가지다. ‘당신들이 잘 해야 국민들이 힘을 얻는다’는 무언의 압력이 선수들에게 향하는 분위기다. 기대대로 선수들이 경제위기에 처한 국민의 불안한 심리를 가라앉혀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다. 위안은 한 순간이며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박세리의 맨발 투혼이 IMF 조기졸업으로 연결 지어 생각되는 것처럼 이번에도 선수들의 활약이 곧 위기 탈출로 이어진다고 여기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스포츠 스타들의 맹활약은 감동적이고 불굴의 의지도 불러 일으키지만 결코 그 자체로 위기극복을 담보할 수는 없다. 박수는 뜨겁게 생각은 냉정하게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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