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지도부가 정국타개책 마련에 너무 소극적이다.국민회의 고위관계자는 24일 현 정국해법을 묻자 『당분간 흐트러진 당과 행정부의 시스템을 정비에 주력하고 민심이 가라앉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즉 여권 지도부가 특별한 카드를 제시해 정국돌파를 모색하기 보다는 당분간 『가만히 있는 것이 돕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방안에 대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으나 특별한 대책마련이 어려울 만큼 현 정국상황이 복잡하고 심각함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권 지도부는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릴 수 없는 입장이어서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으나 별다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여권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당 안팎에서 근본적인 문제원인을 성역이랄 수 있는 청와대를 지목하고 있어 결국 「누가 청와대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에 모아지기 문이다.
여당 관계자들은 위기국면의 원인제공자가 청와대와 행정부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정국해법 역시 문제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하는데서 찾아여 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다른 여당 한 고위당직자는 『정부가 자꾸 헛발질해 퍼질러놓은 두엄을 당이 치우는 꼴』이라며 『우선 청와대가 당을 믿고 힘을 실어줄때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일련의 사태가 청와대, 즉 김대중 대통령이 당을 신뢰하지 못하는데서 문제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당이 전면에 나서서 정국해법을 제시, 추진할 수 있도록 당의 자율권과 권한을 대폭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해법에 대해 金대통령도 어느 정도 수긍하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김영배 총재권한대행이 지난 23일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당 우위와 행정부 통제」를 선언하고 나선 것이나 김태정 전법무장관 때와는 달리 손숙 환경부장관을 문제발생 이틀만인 이날 사임시킨 것은 당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당내에서는 이번 기회에 조기 전당대회와 청와대비서실 인사개편을 통해 당정 지도부체제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중진급 의원들은 현 지도부의 지도력 부재와 대야 협상력 부족을 지적하면서 『전당대회를 계기로 당 실세들이 전면에 나서고 당 중진의 경험을 활용하는 일대 혁신적인 체제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현 정국파행의 원인중의 하나로 여권 신·구주류간의 권력투쟁을 지적하면서 『전당대회를 통해 청와대에 포진하고 있는 소위 신주류측도 당에 들어와 정정당당하게 경쟁, 16대 총선체제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정국해법으로 민생정치를 강화하고 정책개발을 최우선시 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도덕적 재무장을 통한 개혁정당 으로서의 면모를 갖출 것 등을 제시한다.
과연 여권 지도부가 16대 총선을 10개월도 채 안남은 지금, 수습하기 힘들 정도로 등진 민심을 다시 돌리기 위한 어떤 정국해법을 내놓을지 궁금하다./장덕수 기자DSJ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