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학졸업생들 서비스·유흥업으로 몰려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장을 잡지 못한 사회초년생들이 학력을 숨기고 서비스ㆍ유흥업종으로 대거 몰려들고 있다.IMF 전까지만 해도 대졸자의 20~30%는 대기업을, 나머지는 중소기업을 '입맛'에 따라 골라 들어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가 됐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올 대졸자의 취업률은 약56%. 그러나 인터넷 취업전문 사이트를 운영하는 컨설턴트들은 "올 대졸자의 취업률은 군입대자를 포함해 40% 안팎으로 추정된다"면서 "그나마 상당수는 계약ㆍ임시직이어서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을 반영하듯 최근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하지 못한 인력들이 학력을 숨기고 편의점이나 PC방ㆍ단란주점 등 서비스ㆍ유흥업까지 진출하고 있다. 학력파괴는 물론 이전같으면 취업을 꺼리던 직종까지도 마다않는 경향이 일상화 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종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8ㆍ남)씨는 "지난해 초까지는 아르바이트생의 평균근무 기간이 2~3개월이었지만 요즘은 한번 들어오면 잘 나가지 않는다"면서 "현재 근무하는 4명중 3명은 대졸이지만 이력서에는 고졸로 기재돼 있다"고 소개했다. 서초구 방배동에서 4년째 노래방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45ㆍ여)씨는 "학력이 고졸이라고 해서 시간제로 2명을 채용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전문대 졸업생이었다"면서 "속았다는 마음에 처음에는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얼마나 어려우면 저렇게까지 할까라는 생각이 들어 모른 척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토바이 배달업체에 근무하는 신모(24ㆍ남)씨는 졸업을 앞두고 20차례 이상 원서를 제출했지만 취업에 실패한 경우. 신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지난 1월부터 배달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씨는 지난 2월 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공사장도 예외는 아니다. 경기도 김포시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는 60여명의 인력 중 10명 정도는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 소지자다. 현장감독 이모(42ㆍ남)씨는 "서류상 전문대졸이상 학력은 5명이지만 실제 10여명 이상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여성들의 취업문턱은 더 높다.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단란주점을 운영하는 송모(38)씨는 "서빙을 하는 10여명의 여성 중 7명이 2년제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 소지자"라면서 "사람이 모자라면 친구들을 데리고 올 테니 잘 봐 달라고 부탁까지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주일에 2~3명 정도는 업소로 직접 찾아와 일자리를 부탁하고 연락처를 남기고 간다"고 덧붙였다. 올 2월말 현재 실업자는 105만명 정도로 이중 20대가 35%를 차지해 청년실업이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의 취업은 궁극적으로 경기회복 속도에 달려 있지만 채용이 경기에 후행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실업의 고통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상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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