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안타까운 시나이 버스테러 참사, 정부 탓만은 아니다

안타까운 참극이 또다시 발생하고야 말았다. 이집트 시나이 성지순례에 나선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폭탄테러를 당해 한국인 3명과 현지인 기사 1명 등 4명이 숨졌다. 부상한 20여명 가운데 중상자가 적지 않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성지순례라는 고귀한 목적을 위해 여행길에 나섰다가 희생된 생명들의 명복을 빈다. 중동지역 현지인들의 누적된 한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테러 행위는 온당치 않다. 테러는 테러를 부를 뿐이다.


사건은 안타깝지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부 책임론에는 동의할 수 없다. 테러 위험이 높은 중동에서도 시나이반도는 어느 곳보다 위험한 지역이다. 특히 이번에 사고가 터진 타바지역은 이스라엘과의 접경지역으로 언제나 긴장이 감도는 곳이기도 하다. 정부가 진작(2011년)부터 여행제한지역으로 정한 이상 무작정 정부 책임론을 들먹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관련기사



일차적인 잘못은 위험지역에 교인들을 보낸 교회와 여행사 측에 있다. 특히 해당 여행사가 교회 측에 위험성을 제대로 알렸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에 정부가 제한하는 지역의 관광을 주선하는 여행사에 대한 일대점검을 벌여 상습적으로 지침을 위반하는 업체에는 각종 행정규제와 처벌을 내려야 한다.

테러에 대한 대처와 해외에 나간 자국민 보호는 선진국을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우리보다 해외여행객이 훨씬 많은 미국인들의 경우 정부가 여행자제를 권고하면 순응하는 게 낫다는 사실을 체험적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도 재외국민에 대한 위험도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종교적·정치적으로 긴장이 높은 지역일수록 국민들은 정부 권고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부가 그토록 말리는데도 위험지역에 나가는 행위는 국격마저 손상시킨다. 한국의 광신 양상은 찬사를 받는 게 아니라 국제적인 비웃음거리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