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전문가들이 본 한국경제 현주소] 일본 장기 디플레이션 원인은

90년대 일시 회복을 추세전환 오판

증세 등 긴축정책으로 재침체 불러

일본 경제는 지난 1991년 자산버블 붕괴 이후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오랜 디플레이션의 터널로 진입했다.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졌음을 일본 정부가 공식 인정한 것은 2001년. 하지만 종합적인 물가지수를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는 이미 1995년부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해 이후 소비세율 인상이 단행된 1997년을 제외하면 지난해까지 18년간 디플레이션이 지속돼왔다.


이 같은 장기 디플레이션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우선 1989년 주가 폭락을 신호탄으로 시작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소비가 침체되고 경기가 얼어붙는 역자산 효과가 발생했다. 도쿄 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1989년 말 이후 4개월간 28%나 하락했고 이후에도 추락을 거듭했다. 부동산 가격도 1991년 고점을 찍은 뒤 급락해 2010년대에는 1970년대 초중반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이로 인해 소비위축→투자부진→ 고용악화→수요부진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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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의 엔고도 일본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린 요인이 됐다. 엔고를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해외투자에 나서면서 일본 국내에서는 산업공동화가 본격화했다. 여기에 고령화·저출산 현상의 심화도 일본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렸다.

일본 정부의 정책대응도 실패했다. 일본 정부는 1989년 소비세를 도입하는 한편 일본 중앙은행이 과감한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1989년 5월 2.5%이던 금리는 1990년 8월 말 6.0%로 급등했다. 또 1990년대 중반에는 일시적인 경기회복을 추세전환으로 오판, 1997년 증세를 비롯한 긴축정책을 폈고 이는 경기를 재침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반면 부실처리와 구조조정 등 고통을 수반하는 근본적인 체질개선은 미룬 채 정치적 판단에 따른 공공투자 확대와 금융완화 정책에 매달려왔다.

2012년 아베 신조 정부가 들어선 후 일본의 물가지표는 개선되고 있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정부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3.3%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는 4월 소비세율 인상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실제 물가 수준은 여전히 목표치를 밑돌고 있으며 디플레이션 탈출에 대한 기대감은 최근 급격히 사그라지고 있는 상태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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