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일은행 매각 왜늦어지나] 뉴브리지 막판 고자세 돌변

제일은행 매각을 둘러싸고 「양치기 소년들」의 합창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주말부터 매각협상 타결과 함께 뉴브리지와 정부의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보였던 제일은행 매각건은 「발표설(設)」이 나온지 일주일이 가까워지도록 결실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에선 협상과정에서 「아마추어 협상가」라는 비판을 받았던 정부측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방미(訪美)를 앞두고 다시한번 쫓기는 듯한 인상을 줘 막판에 다시한번 「전략상의 헛점」을 노출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기약없이 늦어지고 있는 매각발표= 제일은행의 매각발표 임박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말. 金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정부측에서 『제일·서울은행중 한 곳은 매각타결이 임박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일종의 「방미용 선물」을 준비하는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이달들어 각 언론에서 「이르면 오늘 발표」라는 문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매각임박이 확연하게 드러난 것은 지난 1일. 당시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철야협상을 진행중』이라며 『내일(2일) 오전중 다시보자』고 말해, 매각 최종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음에 내비쳤다. 이후엔 『매각 협상은 사실상 마무리됐으며, 발표문안 작성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말까지 금감위측에서 흘러나왔다. 2일 오후엔 드디어 매각이 「완전타결됐다」는 보도가 각종 언론을 통해 터지기 시작했다. 금감위측은 이후 3일 오전 10시를 「발표 1차시한」으로 잡았으나, 이마저도 「공허한 약속」으로 변했다. 금감위는 5일에는 『협상이 종료되지 않았으며 (오늘은)발표가 없다』며 협상이 막판 난항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측이 대통령 방미를 앞두고 매각협상을 서두르고 있다는 인상을 풍긴게 잘못이었다』며 『이를 눈치챈 뉴브리지측이 막판에 고자세로 나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해 「전략상의 문제」를 인정키도 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제일은행의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데 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설명은 아직도 불투명하다. 단지 협상장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설(說)」만으로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현재 매각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데 대한 주변의 해석은 크게 3가지. 가장 유력하고 가능성이 큰 것은 매각문안 작성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 통상 매각문안을 작성하기 위해선 법률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한데, 양측을 대변하는 변호사들이 문안 작성을 놓고 팽팽히 맞서 있다는 것. 외국의 경우 마지막 문안 손질에만 한달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직도 협상의 세부사항에 이견이 남아있다는 시각도 적지않다. 정부 관계자도 『아직 세부적인 부분의 의견일치가 되지 않았으며, 막판협상에 따라 수백억대가 오갈 수 있다』며 경우에 따라 최종발표까지 일주일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와관련 협상장 주변에선 제일은행을 매각하면서 한국정부가 받기로한 신주인수권(WARRANT)문제로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한국정부는 제일은행 매각이후 일종의 영업권 프리미엄으로 정부보유지분의 11%에 상당하는 신주인수권을 받기로 했었다. 앞으로 양측이 분쟁이 생겼을 경우 그 준거법을 어디로 할 것인가의 문제도 협상 막바지에 불거져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근거는 희박하지만 뉴브리지가 여러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운영하는 「펀드」라는 것과 관련짓는 시각도 있다. 즉 협상과정에서 뉴브리지측이 적지않은 양보를 했고, 이에대해 펀드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반대의견을 표명해 협상내용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 ◇발표는 언제, 그리고 결렬될 가능성은= 금감위와 당사자인 제일은행에서 나오는 얘기를 종합하면 일단 결렬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금감위측도 제일은행 협상이 결렬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피하고 있다. 매각실무자들도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 결국 제일은행의 매각발표는 초읽기에 들어간 것은 확실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내주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영기 기자 YG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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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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