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눈덩이체임… 3,000억 육박(시름하는 지방공단)

◎보너스는 커녕 2∼3개월 밀려/“불도에 떼이고 대출은 막히고…” 중기들 한숨기아자동차 협력업체인 경기도 반월공단내 (주)덕부진흥의 홍인표사장은 추석을 10여일 앞두고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그동안 같이 땀흘리며 일해 온 직원들의 추석 상여금을 마련할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워주지는 못해도 추석명절을 그럭저럭 보낼 수 있는 최소한의 돈이라도 쥐어줘야 하는데 아무리 용을 써도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상황이다. 홍사장은 『납품대금으로 받은 약 50억원 가량의 기아발행 어음이 휴지조각이 된데다 담보란 담보는 모두 잡혀 더이상 돈을 끌어댈 여력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때문에 이 회사는 지난 7월부터는 월급조차 제때 주지 못하고 15∼20일 가량 늦게 지급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 홍사장은 『오는 7일과 18일, 27일 세차례에 걸쳐 매번 25억∼26억원씩 돌아올 어음이 고비』라며 『기아의 부도유예기간인 이달 29일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의 중소기업 공업단지인 경기도 반월·시화공단내 다른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추석을 앞두고 무척 썰렁한 분위기다. 상여금은 물론 임금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는데다 일부 업체에서는 체불임금 문제로 노사마찰이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일터를 떠나는 근로자들이 부쩍 많아졌다. 안산상의 관계자는 『기아모텍·대경화성·케이티 등 3개 기아계열사의 경우 지난 6월 상여금과 7, 8월 임금을 지급하지 못했으며 82개에 이르는 1차 협력업체들도 1백억원 가량의 임금을 체불한 상태』라고 전했다. 시화공단에서 자동차엔진 부품을 생산, 생산량의 90%가량을 기아자동차에 납품하고 있는 동서기공도 60억원 가량이 기아에 물려 있어 월급도 이틀 늦게 지급한데다 8월말에 지급해야할 상여금은 지급치 못했다. 군산의 기아특수강은 매달 10일이 월급날이지만 지난달에 2천1백60명분 임금 31억원을 무기한 지급 연기해 체불임금이 6월 상여금 20억원을 포함, 모두 51억원으로 불어났다. 비단 기아그룹의 협력업체가 아니더라도 체불임금은 지역경제가 최악의 침체국면에 접어들면서 근로자들의 생존권과 맞물려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부산·경남지역만 하더라도 로얄종합건설, 화인건설, 국제종합토건 등 건설업체의 잇단 부도로 체불임금이 급증하고 있다. 체불업종도 섬유(태형산업), 신발(광신), 기계(동의금속), 금속(삼양제관 한일밸브 선일철강) 등 다양하다. 8월 한달 전국 지방노동관서에 신고된 체불임금은 3백15개 사업장에 모두 1천1백33억7천2백만원에 달한다. 임금부문이 4백89억1천3백만원, 퇴직금이 4백9억5천4백만원, 그리고 상여금 및 해고예고수당 등 기타가 2백36억9천5백만원이다. 주로 기아자동차의 협력업체가 밀집돼 있는 반월·시화공단과 인천의 남동공단, 창원공단, 광주 하남공단에서의 체불임금 신고가 줄을 이었다. 전국적으로 미청산 된 체불임금은 지난 2월말로 1천억원대를 넘어선 이후 8월말 현재 2천9백27억4천6백만원으로 6개월만에 3배정도 늘어났다.<반월·시화=최영규·부산=유흥걸 기자> ◎“상습 체임업주 구속” 정부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상습적으로 임금체불을 일삼거나 체불 후 도주하는 악덕 사업주에 대해서는 전원 검거, 구속수사를 하기로 했다. 정부는 5일 상오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이영탁 총리행조실장 주재로 내무·법무·통산·건교·노동차관과 조달청장, 서울시 행정부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체불임금해소대책」차관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회의는 부도위기에 몰려있는 기아그룹 계열사의 경우 임금만이라도 추석전에 지급될 수 있도록 제한적인 금융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특히 기아그룹 협력사에 대해서는 체불임금 액수에 해당되는 진성어음을 할인해 주는 방안을 금융기관과 적극 협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는 일시적으로 자금난이나 경영상의 애로를 겪고 있는 업체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의 자금 융자를 주선해 주는 등 지도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양정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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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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