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자릿수의 고공행진을 지속해온 수출증가율이 세계 경기 둔화 여파로 내년에 한자릿수로 떨어질 전망이다. 반면 내수는 내년에도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전망이어서 수출과 내수 경기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2008 경제 전망’에 따르면 올해는 수출 호조가 경제성장률을 예상보다 높게 끌어올렸지만 오는 2008년에는 내수 호조가 5%의 경제성장률을 뒷받침하는 주역이 될 전망이다. 조동철 KDI 선임연구위원은 “불안한 대외여건을 감안해 보수적인 세계 경기 전망을 전제로 분석했지만 경기회복에 따른 고용여건 개선과 실질구매력 증가 등으로 내수 증가세가 유지돼 우리 경제는 내년까지 3년 연속 5% 안팎의 안정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민간소비가 지난해 4.2%에서 올해 4.4%, 내년에는 4.5%로 안정된 증가세를 보이고 부진했던 건설투자도 올해 3.3%에서 내년 4.3%로 회복되는 등 내수가 견실한 회복세를 이어가면서 경제성장을 이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최장기 호황을 누리고 있는 수출경기는 대외여건 악화로 인해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높은 성장률이 기대되지만 수출증가율(물량 기준)은 올해 11.3%에서 내년에는 한자릿수인 9.7%로 둔화될 것으로 KDI는 내다봤다. 금액 기준으로도 올해 13.5%에서 내년에는 10.9%로 상당폭 둔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는 내년 1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내년도 경제전망을 발표한 LG경제연구원도 “5년 평균 18%대의 고공비행을 한 수출증가율이 내년에는 10%대 초반으로 둔화되면서 성장기여도가 축소될 것”이라며 “반면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올해 3.9%에서 4%대 후반으로 높아져 수출둔화를 만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수출증가율 둔화보다는 내수경기 회복에 무게를 싣고 있다. 10% 안팎의 높은 수출증가율이 여전히 유지되면서 내수경기가 서서히 회복된다는 것은 우리 경제가 모처럼 수출과 내수의 균형 상태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외변수가 불안하고 내수도 주택경기와 물가불안 등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수출과 내수의 균형성장이 실현되면서 경기확장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송 연구위원은 “지난 2001년 IT버블 붕괴 이후 엇갈리기만 했던 수출과 내수 경기가 동시 호조를 보일 가능성이 지금으로서는 높다”고 설명했다. 재정경제부도 이날 발표한 ‘10월 경제동향’에서 내구재 소비회복 등의 지표를 근거로 “우리 경제가 내수와 수출의 균형 속에 경기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경기 진단을 내렸다.
물론 내수경기 회복을 낙관만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KDI도 대외적 불안요인뿐 아니라 국내 주택경기 냉각 등의 대내적 취약점이 거시적 불안요인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부동산 등 특정 부문에서 발생하는 충격에 대해 일관된 구조조정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