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영화] 쁘띠 마르땅

치매노인과 소아암 환자의 교감나의 이름은 앙뚜완. 나의 아내 이름은 수잔. 내가 기억하는 것은 이거뿐. 알츠하이머에 걸린 나는 나의 손가락 하나조차도 움직일 수 없다. 한 꼬마녀석이 내 병실에 살금살금 기어들어 와 애지중지 모아 둔 동전 저금통을 훔쳐간다. 그것도 내 눈 앞에서 말이다. 나는 눈만 깜빡일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그런 내가 재미있었던지 녀석은 그 후로 매일 찾아와 온갖 못된 짓을 골라서 하고 있다. 내가 장난감인양 나의 팔을 들었다 올렸다, 다리를 들었다 내렸다, 내 손에 억지로 카드를 끼워넣고 카드놀이를 하질 않나, 원 참. 점잖은 생활을 영위하던 나의 사지가 완전 그녀석의 노리개 감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영화 '쁘띠 마르땅'(드니 바르도 감독)은 소아암에 걸린 10살 소년 마르땅이 기억마저 희미해져가는 70대 알츠하이머 할아버지 환자와 만나 교감을 쌓아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린 가족영화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소년이나 담당의사나 간호사 들이 이 할아버지가 생각마저 움직이지 않을 거라며 자기네끼리 대화하는 것에 가시돋친 응수를 하는 톡톡튀는 독백을 음미하는 것이다. 앙투완에게 있어 마르땅은 처음엔 귀찮고 상대하기 조차 싫은 꼬마였을 뿐, 그의 남아 있는 삶에 어떤 자리를 차지하게 될 지 그 자신도 몰랐었다. 그러나 마르땅의 개구진 공략이 계속될수록 심심하고 따분하기만 했던 앙투완의 삶은 활기를 찾기 시작한다. 늘 근엄하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있지만, 그의 머리속엔 꽉 조인 간호사의 가슴을 원망하기도 하고, 늘 졸고 있는 아내를 핀잔하는 등 주변 사람들에 대한 불만섞인 독설을 내뱉은 앙투완의 역에 프랑스 거장 미셀 세로가 맡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