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주가관리' 비상
"경영평가에 반영" 주총앞두고 대책부심
대기업들이 올 연말과 내년초에 집중되어 있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가부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 등 대부분의 기업들이 주가관리를 최고경영자의 중요한 능력으로 평가하고 있어 정기인사를 앞두고 기업들의 주가관리가 강화되고 있다.
또 주가부양으로 정상적인 자금조달 통로를 확보하고 투자자의 손실만회와 우리사주를 구입한 임직원들의 사기를 높여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이 자리를 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주총시즌을 앞두고 최고경영자의 경영능력 평가기준 가운데 주가부분을 30%에서 50%로 높이고 대표이사뿐 아니라 임원인사에도 이를 반영키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대와 LG도 연말 정기인사에서 기업 최고경영자의 주가관리를 중요한 경영능력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들은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 '주가 끌어올리기'를 위한 호재성 재료를 잇따라 내놓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구조조정 성공사례를 잇따라 내놓고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서는 등 가용가능한 아이디어를 총동원하고 있다.
◇삼성
가장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장단 주식평가 반영비율을 높였다는 것. 삼성은 사장단 평가에서 지난해 까지 주가부분을 30%를 반영했으나 올해는 50%로 높일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대상도 대표이사뿐 아니라 임원까지 확대해 주가부양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또 평가시점도 12월말(지난해 11월말)로 바꿔 연말까지 주가를 최대한 끌어올릴 계획이다.
호재성 자료를 잇따라 내놓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SDI가 6일 일본 NEC와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다른 계열사들도 이달중 갖고 있는 모든 재료를 쏟아낼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그룹보다는 계열사들이 직접 나서고 있다. 특히 IR(기업설명회)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부터 영문 IR리포트를 발행, 해외기관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했다.
현대상선은 14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시장에서 올바른 평가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또 재무구조 강화를 위해 선박 3척과 무교동 사옥, 유가증권 등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원바람이 불고 있는 현대건설도 IR팀을 보강, 주가관리에 적극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LG
각 계열사별 보다는 그룹 차원에서 주가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룹 자금악화설이 퍼지면서 대다수 계열사 주가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 LG는 그동안의 외자유치 실적 등 성공적인 구조조정과 앞으로의 계획을 알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 합병으로 자금난설의 진원지로 알려진 LG전자의 실적 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전자가 필립스로부터 11억달러를 유치키로 했다는 발표를 한 것을 시작으로 29일에는 강유식 구조조정본부 사장이 직접 나서 파워콤 입찰 포기, 하나로통신 지분 추가매입 포기와 주력사업 집중 투자 등이 주요 내용으로 자금사정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진화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타
이밖의 다른 기업들도 실적알리기와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주가방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들어 지난 5일까지 1조38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한 포철은 앞으로 필요할 경우 자사주 매입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진도 '시장'에 맡겨둔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지만 경우에 따라 자사주를 매입, 주가를 끌어올릴 방침이다.
재계 관계자는 "구조조정 성과와 실적에 대한 이해부족 등으로 시장에서 주가가 저평가되고 있다"며 "대부분의 기업들이 국내외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 등을 상대로 IR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진갑기자 go@sed.co.kr
임석훈기자 sh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