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의 임금이 학자들을 모아놓고 백성들이 세상 살아가는 지혜를 책으로 만들어보라고 지시했다. 학자들이 모여 100권의 책을 만들어 임금에게 바쳤다. 임금이 다시 한 권으로 줄여 가져오라고 했다.
나중에 두툼한 책 한 권을 가져왔는데 임금이 이것도 많으니 단 한 줄로 줄여달라고 했다. 단 한 줄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공짜 점심은 없다’였다. 그렇다. 세상만사 거저 되는 일은 없다. 다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노령인구 급증 불구 대책 미흡
빌 클린턴이 미국 대통령 후보에 출마했을 때 얘기다. 현재 미국 대통령인 조지 W 부시의 아버지 조지 부시가 이라크와 전쟁을 했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기 때문에 이를 응징한다는 명분으로 이라크를 공격했다.
그 와중에 미국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돼 경기가 말이 아니었다. 그때 민주당 후보로 나선 클린턴은 유권자를 향해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라고 소리친 것이다. 이 짤막한 선거구호가 미국인의 마음을 움직여 그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우리나라 경제상태는 위로는 대통령부터 아래로는 수급자에 이르기까지 힘들다는 것을 다 안다. 이때 클린턴처럼 말하는 것은 식상(食傷)한 표현이다. 그래서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를 ‘문제는 노인복지야, 이 바보야’로 패러디해 내걸었으면 어떨까.
노인 문제는 이제 대한민국의 사회적 화두가 됐다. 우리나라 전인구가 5,000만명을 넘어섰고 노인인구는 전인구의 10%인 500만명이다(2008년 7월 현재). 매일 700명의 노인이 늘어나고 있다.
노인 중 혼자 사는 사람이 90만명이다. 또 노인 가운데 치매노인이 전노인의 8.3%로 40여만명이고 중풍노인까지 합치면 70만명이나 된다. 그리고 국민기초생활보장 대상자 154만명 중 30%가 노인이다. 최극빈층의 삶을 살고 있는 노인들이 50만명이나 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90%가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병을 앓고 있다. 관절염ㆍ고지혈증ㆍ고혈압ㆍ당뇨병 같은 병이다. 따라서 노인에 대한 의료수가가 매년 크게 올라가고 있다. 예를 들면 지난 2000년 노인인구가 7.2%였을 때 의료보험공단에서 노인에게 지출된 돈은 17%였는데 2007년 노인인구 9.7%였을 때는 28%의 의료보험비를 지출했다.
또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사회를 경험하고 있지만 은퇴준비 수준은 매우 낮다. 우리나라 가계의 은퇴준비지수는 41로 미국 58, 영국ㆍ독일 50, 일본 47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한국노년시대 신문, 2008년 9월26일). 은퇴준비지수는 은퇴 직전 연간소득과 희망하는 은퇴 후 연간소득, 예상되는 은퇴 후 연간소득 등을 고려해 계산한 지수로 100에 가까울수록 은퇴준비가 잘돼 있다는 뜻이다.
노인문제는 단순히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산술적 차원이 아니라 그로 인해 파급되는 사회현상으로 파악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노인문제는 달려오는 기차이며 쓰나미 현상으로 생각된다. 지금부터 중장기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나중에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인맥활용 등 장기정책 세워야
노인문제를 해결하려면 노인에게 무조건 잘해줘야 한다는 차원을 넘어 노인복지정책의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국가 차원의 노인 소득보장, 인력활용, 장기요양보험정책 등을 비롯해 민간 차원의 정년 문제, 민간의 인프라 구축과 활용 문제 등에 대해 연차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하루아침에 엉뚱한 노인복지 관련 정책을 입안하는 것은 나라를 망치는 일이다.
이제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는 지도자라면 ‘문제는 노인복지야, 이 바보야’라고 외쳐야 한다. 그것이 공짜 점심을 먹지 않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