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한국 IT산업 성장 과정과 뒷이야기

■ 내를 이뤄 바다로 가다 (송태욱 외 공저, 신산업경영원 펴냄)


70년대 중반 은행과 국가 기관이 컴퓨터를 도입했을 때 경제기획원이나 국세청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은 서로 성적을 나쁘게 내려고 경쟁했다. 컴퓨터를 잘 해서 전산실에 배치되기 싫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가 예산 편성, 대입 예비고사와 본고사의 전산화 등 주요 프로젝트는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 사원들의 손에서 이루어졌다. 1969년 전자공업진흥법이 발효됐을 때까지만 해도 한국이 오늘날과 같은 IT강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 전자정보통신 분야에서 수출 1,540억 달러를 기록했다. 책은 우리나라의 전자정보 산업이 어떤 경로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게 됐는지 6명의 전문가 및 저널리스트가 그 뒷이야기와 성장 과정을 담았다. 책에는 1974년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 배경부터 TDX 전자 교환기에서 CDMA 이동통신 기술에 이르기까지 통신산업의 발전사 등 전자정보통신 분야의 각계 이야기가 빼곡히 담겨 있다. 특히 벤처 1세대라 불리는 삼보컴퓨터를 설립한 이용태 전 삼보컴퓨터 회장의 이야기는 현재 우리 정보통신산업계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그는 PC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10년간 대기업들에게 컴퓨터 개발 용역을 달라고 호소했으나 거들떠보지 않자 직접 삼보컴퓨터를 창립하게 된다. 이후 정부에서 컴퓨터 5,000대를 구매해 관공서와 학교에 나눠주겠다고 하자 앞다퉈 대기업들이 컴퓨터 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보고 "재벌 그룹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모험을 하려 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정부가 사 준다고 하면 반드시 한 몫 낀다"고 꼬집었다.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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