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인간도 새들도 지구를 잠시 들러 가는 나그네일 뿐이다.”

근로자 100%가 탈북자

"탈북가정의 남한정착을 도와 통일 이후 북한경제 건설의 핵심일꾼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북한 이탈주민이 주축인 한성무역과 자회사 ㈜리빙홈을 경영하는 한필수(47) 대표는 창업 7년 만인 지난해 32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창업 초기 목표인 '탈북자 대거 고용'에 성큼 다가섰다. 지난 1988년 9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뒤 탄광 등에서 일했던 한 대표는 1990년대 초반부터 북한에 불어닥친 식량난 여파로 배급체제가 무너지자 우여곡절을 거쳐 2002년 남한으로 들어왔다. 한 대표가 탈북 이듬해인 2003년 5월 자본금 1,500만원으로 세운 한성무역은 CJ 임원 출신인 송인수 상무이사 등 임원 4명과 대표 비서실장 등 간부급 5명 외 일반직원 37명 모두가 탈북자로 구성된 '북한 이탈주민 기업'이다. 국내 중견기업 중 일반직 근로자 100%가 탈북자인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 서울 중계동에 본사를 둔 한성무역은 지린ㆍ헤이룽장ㆍ랴오닝 등 중국 동북3성과 상하이ㆍ광저우 등 중국 화난(華南) 지역을 상대로 한 국제무역을 주업으로 하고 리빙홈은 G마켓ㆍ옥션ㆍ인터파크ㆍ11번가 등 국내 4대 온라인 경매 및 쇼핑몰 업체 등에 일상생활용품을 판매한다. 한성무역(리빙홈 포함)은 출범 3년 후인 2006년부터 매출이 급신장해 2009년에는 252억원을 기록, 2009년 5월 중소기업청의 경영혁신 부문 우수 중소기업에 뽑혔다. 그의 따뜻한 리더십과 도전정신이 성공비결이었다. 그는 "고객ㆍ직원ㆍ가치ㆍ나눔 등을 4대 중심 경영으로 설정하고 전직원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했다"며 "문화적 충격 등으로 남한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북한 이탈주민을 하나로 묶어 잠재력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창업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창업 이후 2007년까지 4년간이나 은행에서 사업자금을 대출받지 못해 자금부족을 겪었으며 납품업자에게는 외상을 주거나 어음을 끊어주는 바람에 생활비로 아내에게 매달 10만원밖에 쥐어주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탈북자 기업을 구상하게 된 데는 갈수록 탈북자들이 늘어나지만 이들이 남한에서 정착하는 데 겪는 어려움은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처음 남한에 도착한 후 겪었던 쓰라린 경험을 토대로 탈북자 기업을 구상하게 됐다"며 "탈북자 정착기관인 하나원 교육과정의 수료생들을 보면서 이들이 충분히 통일 이후 북한경제 건설의 핵심일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개인비용을 들여 세무ㆍ회계 등 실무교육으로 직원들의 능력을 향상시켰다. 그는 올해 매출 목표를 600억원으로 대폭 늘려잡았다. 판매실적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더 많은 탈북자를 고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존경한다는 한 대표는 "3,000명만 채용하면 탈북가정 가장 중 무직자를 상당수 구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들이 남한의 일반가정 못지않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금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나 스스로 신발끈을 더욱 죌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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