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해운업황 불황에 따른 실적 악화로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7,12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2011년(-7,411억원), 2012년(-7,008억원)에 이어 3년 연속 적자다.
한진해운의 부채비율도 2011년 389.7%, 2012년 697.2%, 2013년 1,444.7%로 해마다 큰 폭으로 뛰었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한진해운의 주가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전날 한진해운 종가는 6,450원으로 올해 초(7,540원)보다 14.4% 하락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은 투기등급 직전인 ‘BBB-’(부정적)까지 내려갔다.
유동성 부족에 시달린 한진해운은 지난해 말 이미 대한항공으로부터 긴급자금 2,500억원을 지원받았다. 한진그룹 주력사 대한항공은 상반기 중 4,0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한진해운을 자회사로 편입한다.
현대그룹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3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해 부분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다.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2011년 396%에서 지난해 말 1,397%로 크게 치솟았다.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이 1,000%를 넘어서면서 1년 내 만기 도래 단기 차입금(3조1,000억원) 가운데 일부에선 투자자들이 조기 상환에 나설 수 있는 상황에 부닥쳤다.
한진해운의 어려움이 한진해운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상황의 심각성을 더한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한진해운을 품에 안은 한진그룹은 2013회계연도 사업보고서 상 재무 평가 결과 불합격 판정이 불가피해 올해 또 재무개선 약정을 체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올해도 적자를 본다면 대한항공이 내년에 추가 증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그룹의 상황도 좋은 편이 아니다.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스틱스의 신용등급은 최근 투기등급인 ‘BB+’로 내려갔다.
등급 하락의 출발점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현대상선이었고 불똥은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로지스틱스로 튀었다.
현대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스틱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지배주주인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 계열사 현대엘리베이터를 동원해 파생상품계약을 유지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금융사들과 현대상선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계약을 맺었는데 현대상선의 주가가 하락해 자본손실이 발생하면 계약 만기일에 현대엘리베이터가 이를 전액 보전해주는 조건을 내걸었다.
2010년 이후 닥친 해운업 불황으로 현대상선 주가가 하락하자 현대엘리베이터는 4,470억원에 이르는 파생상품 투자 손실을 봤다.
현대로지스틱스는 그룹 경영권 안정화를 위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지속적으로 사들이면서 자금 조달을 위한 차입금이 크게 늘었고 계열사 유상증자에 자금을 넣으면서 재무부담도 커졌다.
류승협 한국신용평가 기업·그룹평가본부실장은 “그룹 차원에서 올해 현대로지스틱스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규모와 시기를 고려했을 때 기업공개가 예정된 일정(7월)대로 마무리되지 않으면 유동성 위험이 부각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