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월가리포트] 월가 재편 태풍의 눈? 찻잔 속의 태풍

美 금융개혁법안 통합 착수 <br>상원 볼커룰·링컨수정안 포함 하원 법안보다 규제 강도 높아<br>"경쟁력 약화" 월가 로비 총력속 여야 입장차 커 조율 난항 예고



미국 정치권이 7일부터 상ㆍ하 양원에서 각각 통과된 금융개혁 법안을 통합하기 위한 조정절차에 들어간다. 통합된 법안은 대공황 이후 약 80년만에 최대의 금융개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법안 통합 결과에 따라 새로운 경쟁 질서 속에 월가의 재편을 촉발할 '태풍의 눈'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수 도 있다. 특히 미국의 금융개혁 골격은 G20(주요 20개국) 체제에서도 논의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세계 금융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통합 법안이 어떤 내용을 담을 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월가는 "강력한 규제를 담은 금융개혁 법안이 미국의 금융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며 규제 수위를 낮추기 위해 필사적인 로비를 벌이고 있다. 독립적 감시기구인 책임정치센터(CRP)는 지금까지 금융권이 법안 저지를 위해 뿌린 로비자금만 6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상의의 데이비드 허시만 자본시장센터장은 "법안이 통과되면 2조 달러의 신용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며 "법안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야간 입장 차이와 상ㆍ하 법안의 차이도 크다. 그러나 금융개혁 법안에 대한 각론상의 수정과 이에 따른 규제 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절차상으로는 이미 9부 능선을 넘은 만큼 이제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고 봐도 무방하다. 민주당 지도부는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는 독립기념일(7월4일)까지 법안을 완성하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런 시나리오대로 진행된다면 극단적인 리스크를 감수하는 '카지노 자본주의'를 수술하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금융개혁 작업은 지난해 6월 백악관의 초안 공개 이후 1년1개월 만에 결실을 맺게 된다. ◇상원 법안,'볼커 룰'등을 담아 규제 강도도 높아 = 상원 법안은 하원 법안에 비해 규제의 강도가 강하다. 상원 법안은 ▦대마불사 근절 ▦감독체제 개편 ▦소비자보호 등에 초점을 하원 법안에다 자기자본거래(프랍트레이딩)을 금지한 '볼커 룰'과 파생사업부 분사규정을 담은 '링컨 수정안' 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1월 개혁에 저항하며 보너스잔치의 구태를 재연한 월가를 '살찐 고양이'로 비난하면서 '볼커 룰'을 제안했다.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금융위원장은 즉시 상원 법안에 백악관의 제안을 수용했다. 이 규정은 은행의 과도한 리스크 투자를 억제하기 위해 ▦은행권 부채의 10%를 상회하는 합병 금지 ▦자기자본거래의 금지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소유 및 운영 금지 등을 담고 있다. 민주당 하원은 현재 상원의 방침을수용한다는 입장이다. 이 규정이 관철된다면 매출액의 절반가량을 연봉으로 책정, 헤지펀드와 다를 바 없는 리스크 투자를 일삼는 월가 투자은행의 수익 모델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자기자본거래의 정의와 규제대상 투자의 범위를 둘러싸고 상당한 논란이 펼쳐지고있다. 넓은 의미로 고객의 위탁자금이 아니라면 모든 투자 행위를 금지할 것인가, 아니면 좁은 의미로 차입투자 등으로 국한해 규제 대상으로 삼을 것인 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볼커 룰이 구체화될 하위 법령과 규칙에서 규제의 강도를 가늠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민주당 상원 강경파인 칼 레빈과 제프 머클리 의원은 골드만삭스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고객의 투자에 대한 역베팅을 금지하는 수정안을 준비 중이어서 상황이 더 복잡해지고 있다. 상원 농무위원장의 이름을 딴 링컨 수정안 역시 상원 법안 심의과정에서 추가된 강력한 규제다. 시장 규모만 680조 달러에 이르는 파상상품 거래를 은행 업무에서 제외시킴으로써 관련 사업부(swap desk)의 분사를 강제 유도한다는 규정이다. 그러나 FRB와 재무부가 이 규정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어 채택 가능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관련 사업부문이 분사할 경우 감독이 어려워져 규제의 사각 지대에 놓일 수 있고 은행의 수익감소와 금융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행정부의 시각이다. ◇소비자 보호도 한층 강화=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6월 금융개혁 법안 초안을 제시하면서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FRB에 대한 포괄적 감독 권한을 부여하는 '슈퍼 FRB'를 구상했다. 이런 방안은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위원장을 통해 하원 법안으로 구체화됐다. 그러나 상원에서는 "금융위기를 막지 못한 FRB에 대해 과도한 권한을 부여할 수 없다"는 논리가 부상하면서 FRB에 자산 500억 달러 이상 대형 은행에 대해서만 감독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감독 권한을 놓고 밥그릇 싸움이 치열해 감독시스템 정비의 윤곽은 예측 불허지만 정치권과 여론의 '반(反)FRB 정서'를 감안하면 상원 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보호청 설립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상원 안은 FRB 산하의 독립부서로, 하원안은 별도 독립기관으로 두자는 안이 맞서고 있다. 소비자 보호기관이 설립되면 대형은행과 투자은행 보다는 감독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저축은행과 지방은행, 신용카드 회사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각종 수수료와 연체 이자 등을 제멋대로 올리는 관행에 제동이 걸리기 때문이다. ◇7월 초까지 마무리 될 듯 = 오바마 행정부의 금융개혁 작업은 지난해 12월 하원에서 '월가개혁법(Wall Street Reform & Consumer Protection Act)'이 통과된 데 이어 지난 5월 20일 상원에서도 '금융안정회복법(Restoring American Financial Stability Act)이 가결됨으로써 상하 양원간 통합 법안 처리만을 앞두고 있다. 양원 법안의 단일화 조율을 맡을 양원협의회(conference committee)를 구성한 미의회는 7일부터 통합법안 심의와 가결처리를 거쳐 7월4일 이전까지 백악관으로 이송,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하겠다는 일정을 잡고 있다. 상원에서 이미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넘어섰기 때문에 금융개혁법안은 상원과 하원에서 단순 과반수만 확보하면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된다. 민주당이 상ㆍ하 양원에서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어 통합 법안은 이변이 없는 한 통과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다만 상원과 하원 법안이 각각 1,500쪽과 1,200쪽의 방대한 분량인데다 공화당의 규제 완화 요구와 민주당 일각의 강력한 규제 주장이 뒤섞여 있어 조율작업이 순탄하게 진행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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