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골프가 경제적으로 부담이 크고 자연친화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많은 이야기거리를 제공해 왔다.대통령이 골프를 안하는 게 미덕이고, 공무원들이 골프치는 것이 빌미가 돼 직장을 떠나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골프는 환경보호단체나 시민단체들이 환경을 파괴하고 사회의 위화감을 조성한다며 늘 규탄의 대상으로 삼는 단골메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일과는 거리가 아주 먼 나라들도 있다.
필자는 80년대 쿠웨이트에 7년 가까이 있었는데 그 때 골프를 시작했다. 비록 잔디에서 하는 골프는 아니었고 사막에서 하는 골프다. 사막골프는 참으로 좋은 점이 많다.
첫째 사막골프장에는 잔디가 없으니 농약을 쓸 일이 없다. 둘째 특별히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버려진 땅에 폐유만 조금 뿌린뒤 롤러로 밀어 페어웨이를 만들고 폐유와 바다모래를 섞어 그린을 만들면 되므로 환경을 파괴하는 일도 없다. 셋째 도우미가 없어 자신이 골프카트를 직접 끌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운동량이 많을 뿐만 아니라 집에 늦게 들어가도 괜한 의심받을 일이 없다. 넷째는 골프장이 시내에 가까이 있고 그늘집이 없어 국내에서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다섯째 공을 절대로 잃어버리는 일이 없다. 요즘 외국산 공 하나 잃어 버리면 도우미들이 통닭 한마리가 날아갔다고 아까워 하는데 그런 일이 없으니 얼마나 좋은가. 여섯째 페어웨이내에서는 마음대로 터치 플레이를 할 수 있다. 국내 골프장 가운데 어떤 곳은 페어웨이 상태가 좋지 않아 경우에 따라 터치 플레이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데 사막골프의 경우 페어웨이 내에서는 가로세로 30㎝의 정사각형 인조잔디를 놓고 매번 터치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로컬 룰이 돼 있으니 참으로 좋은 일이다. 일곱째 나무나 바위같은데 맞고 튀어 들어오는 요행을 바랄 수 없어 순전히 실력으로 쳐야 한다. 여덟째는 공이 슬라이스나 훅이 크게 나서 멀리 날아가더라도 어디서나 칠 수 있어 당시 나같은 초보자에게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었다. 아홉째 손쉽게 부킹할 수 있어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늘 즐길 수 있다. 열번째 그린피가 7,500백원 정도였고 음료수를 가지고 가도 되므로 아주 경제적이다. 설령 클럽하우스에서 먹는다 하더라도 7,000원 내지 8,000원정도여서 1인당 전체 비용이 1만5,000원 밖에 들지 않았다. 국내 골프장의 10분의 1도 안되었다. 이밖에 겨울이 없어 일년 내내 골프를 있으니 그야말로 골프천국이 아닐수 없었다.
잔디에서 즐기는 골프의 묘미도 있지만 이처럼 사막골프도 나름대로 멋과 맛이 있어 지금도 가끔 사막골프를 즐기고픈 충동이 느껴진다.
<대/입/합/격/자/발/표 700-2300, 2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