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 석학에게 듣는다] 3. 존 립스키

[세계 석학에게 듣는다] 3. 존 립스키 "세계경제 아직 침체징후 없다" 많은 사람들이 새 밀레니엄의 시작은 2001년 1월1일부터며 지난해 Y2K 혼란에 대한 걱정이 그냥 지나갔듯이, 세계 경제의 진짜 어려움은 2000년이 아닌 2001년에 다가올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세계 경제가 그동안 예상했던 둔화(slowdown)의 정도를 넘어 경기침체(recession)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많은 지난 수개월 첨단기술주 폭락에 이어 세계 금융시장의 급격한 침몰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인터넷이 아주 빠른 속도로 새로운 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이라는 환상이 지나친 것이었다는 점을 이제는 누구나 인정한다. 닷컴 벤처기업들의 수익모델이 대부분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이었고, 순식간에 폭등했던 닷컴 주가들도 이제 완전히 가라앉았다. 닷컴뿐 아니라 텔레콤 분야에서도 광대역(브로드밴드) 통신망 등 분야에 과잉투자와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면허의 과잉 경쟁이 나타났던 것이다. 하지만 향후 세계 경제를 비관적으로만 바라보는 견해 역시 지나친 것으로 판명될 것이다.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더 둔화되고 있긴 하지만 경기침체(recession)가 나타날 정도라고 볼만한 근거는 아직 없다. 첨단기술주 가격의 급등을 희망했던 많은 투자자들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있지만 인터넷시대는 실제로 생산성 혁명을 불러왔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생산성 향상을 주도할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기업들의 투자지출은 여전히 사상최고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유럽의 경우 경제자유화로 자본지출이 갈수록 크게 늘어날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미국 경제가 기대이상으로 좋은 실적을 냈던 것도 하이테크 투자의 확대에 힘입은 것이었다 게다가 저 인플레를 유지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해나가겠다는 주요 공업국가들의 목표는 여전히 달성 가능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속에서도 튼튼한 재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경기둔화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통화, 재정정책을 충분하게 구사할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시장지향적인 개혁을 추진해나가는 경제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따라서 정책방향을 둘러싼 혼선은 극히 적을 것이다. 또 원유가격도 경기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 때문에 최근 하락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유럽의 정책당국자들이나 투자자들에게 지난해는 여러 면에서 실망스러운 한해였다. 유럽의 성장률은 기대했던 것보다 낮았고, 유로화는 2000년 대부분 약세였다. 이와 함께 2001년 유럽의 성장 전망도 고유가와 고금리 때문에 그다지 밝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급속하게 커지고 있는 유럽의 단일 금융시장은 유럽 기업들을 종전보다 훨씬 생산적으로 자본을 활용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2001년 경제상황이 저물가, 저 금리속에서 낮은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보이지만 전반적인 상황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향후 수익에 대한 기대가 종전의 지나치게 과도했던 수준에서 크게 줄어들면서 주가전망은 보다 차분해질 것같다. 현재로선 기업수익전망이 보다 합리적이 되었다. 예를 들어 올해 미국기업들의 수익증가율은 5~7%로 예상되고 있다. 불과 몇 달전만 해도 수익증가율 전망이 12~15%에 달했었다. 아시아경제에 있어서는 내년의 과제들이 매우 중요하다. 지속적인 수출증가를 지탱했던 강점들은 약화될 것이고, 일본의 경제전망에 대한 의구심은 갈수록 커질 것이며 많은 나라의 경우 경제개혁에 대한 약속을 얼마나 지켰는지에 대한 의문도 많이 제기될 것이다. 이 지역이 97~98년 위기에서 벗어나 급속한 회복세를 보였던 것은 (위기기간동안의) 실지(失地)를 되 찾은데 불과한 것이다. 급속한 성장세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위기상황을 불러왔던 낡은 부채를 다 청산하고 많은 나라에서 금융시스템의 기능을 정상화시키는게 필요하다. 물론 이 지역 역시 세계 경제 둔화의 영향에서는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여러 상황에도 불구, 오늘날 투자자들의 걱정은 미국 경제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 몇 개월동안 미국 소비지출은 예상했던 것보다 급격한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소매판매업자들의 매출증가율이 크게 줄어들거나 아예 제자리 걸음인 상황을 겪고 있다는 지표가 계속 나오고 있다. 실업률이 여전히 낮은 상태이고 가계 소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 통계들을 보면 전반적으로 소비가 예상보다 급격한 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동시에 인플레 위협은 에너지가격 하락으로 인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올해 중반까지 1~1.5%포인트까지 낮추고, 연간으로는 2%포인트 인하하는게 가능한 여건이다. 많은 분석가들이 소비위축을 불러온 가장 큰 주범으로 주식가격의 급격한 하락을 들고 있다. 특히 2000년 초반 최고점에 올랐다가 갑자기 폭락세로 돌변하는 바람에 소비 역시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그동안의 하락원인 뿐 아니라 향후 전망에 대한 인식의 변화까지 반영해 움직일 것이다. 최근의 상황이 내재하고 있는 더욱 놀랍고도 중요한 점은 소비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보다도 둔화세가 너무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년여동안 가계 소비 증가세가 가계의 소득 증가보다 훨씬 빨랐던 점을 감안하면 소비증가세의 둔화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동안 FRB 당국자들이나 애널리스트, 투자자들 모두 소비증가의 둔화는 긍정적인 것으로 봐왔다. 물가가 안정된 가운데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비증가가 둔화되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원인이 무엇이든간에 최근 소매판매의 급격한 감소는 앞으로 몇분기동안 전반적인 경제성장률의 둔화로 이어질게 확실함을 최근 각종 지표들이 잘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최종재 판매의 예상밖 부진은 기업들에게 의도하지 못한 재고증가로 이어지고 당연히 신규 주문의 감소로 연결돼 당초 예상했던 생산계획에 차질을 빚게 만드는 등 공급과정에 연쇄적으로 실망스러운 결과를 불러오게 된다. 그렇지만 현재의 소비둔화가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볼만한 근거는 아직 없다. 오히려 FRB의 과감한 금리인하와 여전히 높은 생산성, 또 기업들이 원하지도 않았고 예상하지도 못했던 과잉 재고의 자연스러운 정리 등이 2001년말부터는 다시 3.5~4%의 성장률을 향해 새롭게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줄 것으로 보인다. ◇ 약력 웨슬리언대학 경제학사 스탠포드대학 경제학 석사, 박사 국제통화기금(IMF) 칠레 상주대표(78~80년), 환율 및 국제자본시장 담당 84년 살로먼 브러더스증권 입사. 89~92년 살로먼브러더스 유럽 리서치그룹 담당 92년 살로먼 브러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97년 체이스맨해튼은행 입사 현 체이스맨해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글로벌부문 리서치담당 임원, 운영위원회 위원. 2001년 1월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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