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비리와 연루된 건설업체의 경우 유죄가 확정되기 전이라도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 참여에 전면 배제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8일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건설공사 수주 과정에서 공직자가 관련된 비리에 연루된 건설업체는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어떤 입찰에도 참여하지 못하도록 권고ㆍ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예를 들어 1억원짜리 공사를 따내는 데 3,000만원이 들고 나머지 7,000만원 중에서도 뒷돈으로 3,500만원이 나가는 것이 현실"이라며 "3,500만원으로 1억원짜리 공사를 하니까 부실공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권익위의 한 관계자는 "국가계약법과 건설산업기본법상에 불이익을 주는 조항이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게 위원회의 판단"이라며 "실질적으로 비리 업체에 불이익을 주기 위한 벌칙조항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법 개정을 해당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가계약법상에는 공사수주 명목으로 공무원 등에게 뇌물을 준 것으로 법원 판결을 받은 업체는 일정 기간 공공발주 공사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 판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제재 대상이 '뇌물'로 한정돼 있어 실질적으로 제재 수위가 약하다는 것이 위원회의 판단이다.
따라서 이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제재 대상을 '공무원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주거나 금품을 제공한 경우'로 확대하고 법원 확정 판결과 관계없이 위법행위가 적발된 시점으로부터 공공기관 발주 공사 참여에 배제시키겠다는 뜻이다.
권익위는 이외에 현재 13개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공사발주 대상 기관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준정부 기관 이상 공공기관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