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활짝 열린 청남대

5공 시절부터 대통령들의 별장으로 쓰였다던 청남대는 의외로 소박했다. 대통령의 거처라는 생각이 떠올리게 하는 화려함이나 웅장함과는 사뭇 거리가 있었다. 청남대 주변의 정원을 거닐면서 떠오른 것은 비원(秘園)의 모습이었다. 조선의 역대 왕들의 처소였던 창덕궁 후원인 비원은 `동방의 작은 나라`조선의 모습만큼이나 소박한 것이었다. 청남대의 모습이 바로 그랬다. 좋게 얘기하면 인공을 최소화하여 자연과의 조화를 극대화한 것이고 달리 얘기하면 별다른 인공의 미를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공을 가로질러 조선 정원의 본래 모습을 청남대에서 다시 보는 듯하다. 그래도 청남대는 대통령들이나 그 가족들이 직접 사용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소파니 침실이니 화장실에 자주 기웃거리고 부엌의 집기들에 자연스레 손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충북 청원군 문의면에 위치한 청남대는 지난 83년말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6개월만에 완성됐다. 지상 2층과 지하1층, 연면적 816평의 본관 건물은 역대 대통령들의 휴양시설 및 국정 구상의 산실로 활용됐다. 달리기를 좋아하던 김영삼 전대통령이 조성한 조깅코스는 청남대 안에서도 가장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대청호안을 따라 왕복 약 1km에 걸쳐 조성된 이 길은 방문객들에게도 가장 인기있는 산책로이다. 산책로 주변에는 매발톱, 금낭화, 꽃잔듸, 사랑초 등 수많은 야생화들이 봄을 맞아 앞다퉈 자태를 뽐내고 있다. 길 끝에 있는 초가정에는 농기구, 방앗간, 장독대, 솟대 등이 장식돼 마치 옛 시골집을 연상케 한다. 문의면 주민들은 청남대의 개방을 `늦었지만 당연히 이뤄져야 할 일`로 받아들인다. 대부분 대청호 수몰민 출신인 문의면 사람들은 역대 정권의 대청호 주변 관광지 개발 약속을 철썩같이 믿고 빚을 내 2층집을 짓는 등 한껏 기대를 부풀렸다가 계획이 취소되는 바람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는 얘기. 청남대 개방약속이 지연되면서 문의면 일대가 위수지역으로 묶여 관광지 개발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동안 주민들의 불만을 `문의면의 한(恨)`이라고도 표현한다. 본관에 들어서기 전 황토색 돌탑은 청남대 주변 32개 마을 주민 5,800여명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관리를 맡고 있는 충북도청 관계자는 “청남대는 규모나 시설면에서는 다소 뒤지지만 현대사의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어 내외국인들로부터 인기를 끌 전망”이라며 “앞으로 유성, 수안보, 이천 등과 연계한 경유 관광지로서 중부권 관광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여행 메모) ◇사전 방문 예약=지난달 22일부터 일반에 개방된 청남대는 사전에 미리 방문 예약을 해야 한다. 충북도청에서 인터넷(www.cb21.net 또는 www.cbtour.net)을 통해 내국인 방문신청자를 접수하고 있다. 일일 입장객을 1,000명이내로 제한하고 있지만 이미 6월말까지 방문객들의 방문 예약이 끝난 상태다. ◇찾아가는 길=경부고속도로에서 청원IC나 신탄진IC로 빠져 나오거나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청주를 거쳐 문의면에 도착한다. 차량을 모두 문의면의 주차장에 놓고 충북 관광안내소(문의파출소앞)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20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청남대 앞까지 약15분 정도 걸린다. ◇숙박 및 식사=청남대 안에서는 취사 및 숙박이 모두 금지돼 있어 문의면과 청주시 등지에서 해결해야 한다. 문의문화재 단지안에 있는 안중근학교(043-292-0565)나 옥화자연휴양림(251-3424), 청원군이 운영하는 스파텔(210-7501)이 숙박장소로 좋으며, 식당으로는 성남집(043-297-8322), 대청호가든(298-7170), 산양골가든(297-5565) 등이 유명하다. ◇주변 볼거리= 대청댐 공사로 수몰위기에 있던 옛가옥 등을 옮겨놓은 문의문화재단지가 인근에 있고, 삼국시대 원형이 보전된 약 4km의 상당산성은 산책길로 적합하다. 문의에서 대청호를 따라 회남, 대전시 동구 등으로 이어지는 순환 드라이브 코스도 인상적이다. 청주고인쇄박물관, 초정약수, 현암사, 국립청주박물관, 신채호 사당, 손병희 생가 등도 들를만 하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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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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