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주도로 경쟁 촉진”/기업 팽창주의 지양,핵심분야 집중을/노·사·정 대화합 바탕 자생력 기르도록/총수의 선단식 경영 살아남기 어려워서울경제신문은 위기에 처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난 5월부터 「경제를 살리자」는 주제 아래 총 4부로 나눠 기획시리즈를 연재했다. 또 2차례의 대토론회를 통해 위기경제의 상황을 진단하고 불황타개를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해왔다. 이제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면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공동으로 3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경제를 살리자21세기 기업의 생존전략」이란 주제로 3차 대토론회를 가졌다. 정·재·학계인사를 비롯해 2백여명이 참석한 이날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우리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노·사·정이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굳게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의 주제발표와 토론내용을 요약한다.<편집자주>
□참석자
◇김병일 공정거래위원회 총괄정책국장
◇노부호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송대평 코오롱그룹 기조실장
◇정지택 재정경제원 경제정책심의관
◇김진동 서울경제신문 주필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사회)
◇노교수=경제를 살리는 유일한 길은 정부주도에서 시장주도로 경제운용방식을 전환하는 것이다. 기아사태 발생의 근본적 원인도 정부주도형 경제운용에 있다고 본다. 정부의 보호가 기업들의 구조개혁을 지연시켜온 것이다. 이젠 경쟁을 촉진하는 시장주도형방식을 택해야 한다. 기아사태를 계기로 향후 우리 경제에서 경영을 잘못한 사람은 물러나고 노조는 자기보호적 틀에서 벗어나 경쟁력 향상에 힘을 기울이도록 일대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정부의 기능은 ▲기획관리 ▲자원배분(금융지원) ▲통제감독 ▲조정협력 ▲지식창조(정보수집·제공) ▲비전제시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기업들에게 앞선 정보를 제공하는 지식창조기능과 국가운영의 기본 틀을 마련하는 비전제시에 주력해야 한다. 기아사태 해결에서도 정부가 시장주도라는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과감히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송실장=기업입장에서 두가지를 거론하겠다. 첫째는 30일을 기점으로 1270일 남은 21세기까지 오늘 거론된 내용이 계속 추진될 수 있겠는가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언론이 앞장서서 기업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사고방식을 개선시켜야한다는 당부이다. 국가경쟁력의 주축이 되는 경제력을 이끄는 핵심이 기업인데도 우리 사회는 기업을 부도·비리 등 부정적 이미지의 대명사로 인식한다. 최근 기업계에서 정부에게 요청사항을 제시한데 대해서도 마치 재계와 정계가 힘겨루기를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기업에 대한 평가가 편향적으로 이루어지는데는 언론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된다. 가장 큰 애로사항은 기업 경쟁력의 원천인 이익추구행위를 사회가 좋지않게 바라보는 것이다. 이익창출은 기업의 목표이자 의무이다. 앞으로 기업에 대한 이같은 부정적 시각이 교정돼야 할 것이다.
◇김국장=경제운용이 시장주도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이다. 정부도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며, 올 4월부터 같은 취지에서 행정규제개혁을 시행하고 있다.
21세기 생존을 위해선 결국 우리 기업들의 경영행태나 경영방식이 근본적으로 혁신돼야 한다. 최근의 부도사태가 우리 대기업이 차입에 의해 무리한 사업확장을 시도한데서 야기된 점을 감안해도 기업의 경영방침 전환은 필수적이다. 앞으로 기업은 과거 팽창주의적 전략을 지양, 각자의 핵심 분야에 집중적으로 역량을 모아 국제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무리한 차입에 의한 투자와 재벌총수 1인에 의한 선단식 기업지배구조로는 세계경쟁시대에서 더이상 살아남기 어렵다. 그룹단위의 경영보다는 개별기업이 각각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기업단위 경영이 이루어지도록 경영방식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정심의관=앞서 지적한대로 정부부문에는 아직 개선될 점이 많다. 지금까지 정부차원의 개혁 필요성이 여러번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실현되지 못한 것은 정부부문 최고지휘자의 개혁단행능력이나 기반미비, 정부조직상 한계성, 발상전환미흡등 여러면에 원인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그래도 정부에 대한 신뢰는 가져야 한다. 현재의 변화에 따른 고충은 개혁을 실시한 각 나라의 정부도 겪었던 것이며 우리 정부도 같은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기업과 정부는 합심해 21세기를 열기 위한 여건조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앞으로는 기업들이 노력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고 남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한 진입퇴출의 자유를 누리는 새로운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한 유일한 해법인 시장경제 창달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주필=우리 경제는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바로 21세기에 경쟁력을 갖출수 있는지의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생각한다.
과거 우리는 여러 위기를 내부 경쟁력때문이 아니라 엔고, 특수 등 외부요인덕분에 극복해왔다. 그러나 이번엔 그런 행운도 없을 것같다. 그렇다면 우린 스스로 자생력을 기를 수 밖에 없다. 두 차례의 토론회에서 논의됐듯이 노·사·정이 서로간 대화합을 바탕으로 각자 할 일을 찾아내는 것이다. 각자가 할 일은 이미 도출됐고 방향도 제시됐다. 이제 실천만이 남았다. 우선 정부가 위기상황에서 얼버무리지 말고 스스로의 역할과 방향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앞으로 현재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때 모델역할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정리=신경립 기자>
◎기조연설/임창열 통상산업부 장관/2020년 우리경제 세계 7위
우선 서울경제신문이 우리 경제난국 극복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기회를 마련한데 대해 감사한다.
○통합·경쟁의 시대
세계경제는 통합과 대경쟁 시대를 맞이했다. 경제적 국경이 무너지고 세계 경제의 통합이 가속화되는 한편으로 기술혁신과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됐으며 기업 환경개선·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간 정책에 있어서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제 우리가 선진국으로부터 차별적 보호를 받던 시대는 지난 것이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해 미국, 일본, 영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교육·금융·정보통신·노동 등 대대적인 경제·사회구조 개편 및 정부혁신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술·지식·정보사회에 대비한 인프라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민간부문에서도 감량경영, 합병, 분할, 전략적 제휴 등 과감한 경영혁신과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기업경영의 글로벌화, 기술·지식 핵심역량 강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과감히 나서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오는 2020년까지 남북경제통합이 실현, 우리나라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만달러를 웃돌면서 경제규모가 세계 7위권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21세기 우리 경제의 비전을 제시한바 있다. 이를 지나친 장미빛 전망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았으나, 21세기를 향한 목표로 인식해야 한다고 본다. 이 목표를 달성하여 선진경제에 진입하기 위해선 정부·기업인·근로자가 적극적 구조개혁과 자기혁신을 추진,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 합심하에 변신을 추구해야 한다.
21세기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 우선 추진돼야 할 과제는 고비용·저효율 경제구조를 개혁, 「시장경제의 틀」을 구축하는 것이다.
금융부문에선 업무영역 철폐와 신용평가에 의한 대출관행 정착,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정리 등 금융구조개혁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나아가 기업의 저리 해외자금 활용기회를 확대하고 기업의 자금조달구조를 단기금융시장 위주에서 중장기 자금 위주로 개편, 산업계의 경영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또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고 인력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력공급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토지공급 원활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입지공급을 확대하는등 인력과 입지부문의 만성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아울러 에너지 가격구조를 2000년까지 국제수준으로 조정하고 에너지 절약시책을 강화하는등 에너지 다소비·저효율구조를 개선하고, 물류비의 획기적 절감, 기업활동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 완화 등 고비용·저효율 구조 개선을 위한 과제를 실천해야 한다.
○규제완화 등 해결
선진경제 진입을 위해선 기술·지식집약적 신산업 창출과 기술혁신 촉진기반을 확충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한 벤처자금과 기술, 입지 등을 원활히 공급, 벤처기업 발전여건을 조성하고, 정부와 기업의 기술개발투자확대 및 기술인프라 확충·활용을 통해 정보화의 기반을 닦아야 한다.
또 최근 대기업 부도가 이어지고 있는데, 정부는 기업이 쓰러지기 이전에 스스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부처간 협의하에 ▲기업 합병·분할, 업종전환 등 기업구조 재편을 촉진하기 위해 세제 등 관련제도를 개편하고 ▲부실기업의 원활한 자산처분이나 출자전환을 조장하며 ▲투자합리화를 위해 투자심사 및 정책비전 제시기능을 강화하는 등 구조조정의 여건마련에 주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기능 재편을 통한 정부와 공공부문의 생산성 제고를 들 수 있다. 앞으로 정부는 시장경제원리를 최대한 창달하는 방향으로 스스로 기능을 개편하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할수 있도록 조세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과잉 투자 조정을
기업인과 근로자들에게도 21세기를 대비한 각자의 과제가 있다.
기업인은 우선 민간업계의 과잉투자에 대한 자율조정기능을 확립해야 한다. 이제 산업발전체계가 민간중심으로 전환됨에 따라 과잉투자 해소를 위한 정부의 직접 개입이 대부분 폐지되고 있다. 다음으로 국내 중소기업이 정부의 보호대상에서 탈피, 국제적 경쟁력과 자생력을 갖춘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구조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대기업은 협력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금·인력·기술 등의 지원을 확대하고 공정한 도급거래질서를 유도함으로써 국제 시장에서 중소기업과 공동 대응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인은 세계조류의 변화에 대응, 경영효율 제고를 위한 과감한 구조조정과 핵심역량 확보, 경영지배구조 투명화 등 경영혁신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근로자들은 근로자들대로 자신의 복지가 기업의 성공에 달려 있음을 인식, 기업의 경영혁신과 경쟁력 강화 노력에 적극 동참하는 한편 새로운 기술과 정보 습득·활용 능력을 양성하고 스스로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자기능력 개발에 힘써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과 근로자와 정부 모두가 힘을 합쳐, 이러한 과제들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임 통산 답변/“기아지원,현재론 자동차 부품업체에 역점”
기아그룹을 비롯한 최근 부실대기업의 처리문제와 관련해 정부는 기업이 먼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선행해야만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임창렬 통상산업부 장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마친 후 『기아의 노사문제에 개입할 의향이 없는가』라는 참석자의 질문에 대해 『뼈를 깎는 노사의 자구노력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정부의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장관은 『1조2천억원에 달하는 기아특수강에 대한 무리한 투자가 없었다면 기아 사태도, 삼미특수강의 부도도 없었을 것』이라며 『기아사태의 책임은 방만한 투자를 주도한 경영진과 경영에 지속적으로 개입해 온 노조 모두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임장관은 크라이슬러사에 대한 미국정부의 지원과 같은 방식으로 기아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크라이슬러의 경우 임원의 대량 해고, 임금 10% 삭감, 1만명의 종업원 해고라는 혁신적인 자구노력이 있고 나서 정부의 지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임장관은 『기아가 스스로 해야 할 자구노력을 다한다면 정부는 기아 사태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는 무엇보다 자동차 부품업체에 대한 지원에 역점을 둘 방침』이라고 밝혔다.<김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