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3의 대형 법조비리 터지나

"로비 성공률 90%" 실체 드러나면 법원ㆍ검찰 신뢰에 치명타

제3의 대형 법조비리 터지나 "로비 성공률 90%" 실체 드러나면 법원ㆍ검찰 신뢰에 치명타 관련기사 • 골프접대 들통 옷벗은 판사들 • 검찰, 고법부장판사 등 10여 명 '수뢰' 수사 • '법조비리 수사' 法ㆍ檢 미묘한 신경전 • 근절되지 않고 반복되는 대형 법조비리 • 제3의 대형 법조비리 터지나 • 법조비리 장본인 김홍수씨는 누구 • 김홍수와 윤상림 닮은 점과 차이점 검찰이 13일 판ㆍ검사와 경찰을 상대로 사건 청탁을 위해 금품로비를 펼친 법조 브로커 김홍수(58)씨 사건을 전면 수사하면서 의정부ㆍ대전에 이은 제3의 대형 법조 비리가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차관급인 고법 부장판사까지 검은 돈을 받은 정황이 포착돼 수사가 진행될수록 지금까지 드러난 여느 법조비리보다 더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와 부적절한 돈거래 의혹 등을 뒷받침하는 단서가 확보된 판ㆍ검사, 경찰관은 모두 10여명 선이나 조사 결과 관련자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로비 성공률 90%" 수입 카펫업자인 김씨는 초등학교 동창으로 청와대 고위직을 지낸 법조인 친구 P씨를 다리 삼아 다른 법조인들과 인맥을 키워나갔다. 10여년 전 P씨를 통해 법관 A씨와 처음 인연을 맺은 김씨는 법원 뿐만 아니라 검찰ㆍ경찰 인맥도 두루 넓혀나갔다. 주로 회식비를 대신 내거나 인사 이동이 있을 때 전별금을 건네고, 휴가비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보험'을 들어뒀다. 판ㆍ검사들도 김씨를 `김 회장'이라고 부르며 격의없이 술자리를 갖는 등 평소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판ㆍ검사들과 친분을 쌓아온 김씨는 사건 해결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김씨가 청탁한 사건이 김씨 부탁대로 이뤄진 경우가 90%에 달했다"고 말해 김씨가 청탁한 10건 중 9건은 금품 로비의 약발이 받았음을 짐작케 했다. 이렇다 보니 주변에선 김씨의 법조계 로비력이 뛰어나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김씨는 본인이 직접 나서서 사건을 의뢰받아 청탁을 들어주는 `해결사' 역할을 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김씨에게 사건을 의뢰했던 B씨는 "김씨의 지인을 통해 김씨에게 사건 해결비 명목으로 1천만원을 건넸고 그 결과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가족의 영장이 기각됐다"고 말했다. 법원 쪽으로 건너간 검은 돈이 효력을 발휘했음을 추정케 해주는 대목이다. ◇ "옥중 편지가 단서" 검찰이 김씨가 연루된 법조비리 의혹에 본격적으로 칼을 댄 데는 김씨가 수감된 구치소 방에서 발견된 한 장의 편지가 단서가 됐다. 검찰은 올해 5월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김모(40)씨가 김씨로부터 하이닉스 출자전환 주식 1만주를 편법 인수할 수 있게 힘써달라는 청탁과 함께 6억3천여만원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수감 중인 브로커 김씨의 구치소 방을 수색했고 여기서 법조인에게 금품을 제공한 정황이 나타나는 편지 등이발견됐다. 이후 검찰은 김씨를 불러 사건 청탁 및 금품 제공 의혹을 캐물었고 김씨 입에서관련 인사들의 이름과 건넨 돈의 액수가 줄줄이 나왔다. 검찰은 김씨가 카펫업체를 운영하면서 번듯한 사업자 행세를 한 데다 고위 법관과 스스럼없이 어울려 다른 법조인이나 경찰들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김씨를 만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 判ㆍ檢ㆍ警 줄줄이 연루 현재까지 검찰 조사를 통해 김씨와 부적절한 돈거래 등 비리나 비위 정황이 포착된 인물은 모두 12명. 이들은 모두 법원 부장판사들과, 전ㆍ현직 검사, 현직 경찰서장을 포함한 경찰 간부 등으로 우리 사회에서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인물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김씨로부터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향응 또는 돈의 형태로 받은 의혹이 짙다. 그러나 김씨는 형사사건이 단계별로 진행되는 경찰ㆍ검찰ㆍ법원 핵심 분야마다 인맥을 심어두고 때마다 청탁을 했기 때문에 김씨의 로비 대상은 지금까지 드러난 숫자보다 훨씬 많을 수도 있다는 게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 특히 카펫 업자였던 김씨는 로비를 위해 일부 인사에게 수천만원대 카펫 등을 선물로 건넨 정황도 포착돼 검찰은 이 부분에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블랙커넥션' 의혹에도 불구하고 조사 대상자 가운데 혐의가 확정돼 형사처벌될 대상이 얼마나 될지는 속단하기 이르다. 로비의 실체를 밝힐 단서가 김씨의 진술 밖에 없는 데다 돈 거래가 대부분 현금으로 이뤄져 검찰 수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판ㆍ검사들의 뇌물수수 혐의가 인정되려면 `대가성' 입증이 최우선인데 일각에선 대가성 없이 `공짜 술'만 얻어마셨다면 유죄를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김씨가 비상한 기억력을 바탕으로 돈을 준 시점이나 장소, 상황 등을 소상히 기억해내고 있어서 검찰은 이런 김씨 진술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씨가 자신의 수첩에 언제 누구를 만났는지를 메모해 둔 것도 검찰로선 중요한 수사자료다. 사법부 고위 법관과 전현직 검사 등이 연루된 금품수수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권위와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사법부와 준사법기관인 검찰은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여 향후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입력시간 : 2006/07/13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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