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스핀트랜지스터 기술 세계최초 개발

장준연 KIST 책임연구원<br>전자의 수·에너지만을 조절 기존 반도체와 달리<br>전하·스핀의 방향까지 제어해 소비전력 최소화<br>부팅 대기시간 없앤 극소형 컴퓨터 제작도 가능

장준연 KIST 책임연구원이 미국 보스턴 MIT-KIST 나노스핀트로닉스 현지 랩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지난 1948년 미국 벨연구소가 최초로 개발한 고체 소자(트랜지스터)는 고도의 정보·통신사회를 가능케 한 20세기 최고의 핵심기술로 평가받는다. 2000년대부터 이 소자의 집적도는 1년마다 두배씩 급속도로 증가(황의 법칙)할 정도로 빠른 기술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소자의 집적도가 증가함에 따라 소자의 크기는 계속 감소해 점점 소자의 물리적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기존 전하기반 반도체 소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중 가장 관심이 높은 소자가 바로 전자의 스핀(Spinㆍ자전)을 이용한 '스핀트랜지스터(Spin Transistor)'다.

장준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융복합기술본부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9월 지난 20여년간 미래과학 이론으로만 제시돼온 스핀트랜지스터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학계는 물론 산업계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스핀트랜지스터는 기존의 규소(Si)를 기반으로 한 실리콘 반도체를 이을 차세대 반도체 산업의 핵심으로 손꼽히고 있어 이번 기술개발은 한국이 차세대 반도체 산업에서 앞서나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 자전 현상 활용해 신개념 전자소자 기술 개발=전자는 전하와 스핀이라는 두 가지 고유의 물리량을 갖고 있다. 기존 반도체 소자는 전하만을 이용하는 반면 전자의 스핀은 메모리소자(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 주로 이용돼왔다. 스핀트랜지스터는 기존의 반도체가 전자의 수와 에너지만을 조절했던 것과 달리 전자가 가지는 전하와 스핀의 방향을 전압으로 동시에 조절함으로써 소비전력을 낮추고 초고속 작동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개념의 전자소자 기술이다.

스핀트랜지스터의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전자는 시계 방향이나 그 반대 방향으로 자전하는데 일반 트랜지스터는 전류가 흘러야 작동하는 반면 스핀트랜지스터는 전자 한 개의 자전(스핀) 방향에 따라 켜지거나 꺼진다. 그러나 이 간단한 원리를 실제로 구현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제멋대로인 전자의 자전 방향을 조절하고 검출하는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장 책임연구원은 "스핀을 반도체에 주입하는 과정에서 금속과 반도체의 고유한 전도 차이로 스핀전자의 주입효율이 0.1% 정도로 매우 낮아 스핀신호를 측정할 수 없고 설령 스핀을 성공적으로 주입하더라도 외부 전기장(게이트 전압)으로 스핀의 방향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전기장에 따른 유효자기장이 필요한데 이러한 유효자기장을 갖는 반도체 구조를 만들기가 어려워 그동안 무수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개발이 여의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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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연구원은 초고진공하에서 원자레벨로 성장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분자빔 박막성장기술(MBE)'을 활용해 서로 다른 밴드갭을 갖는 반도체 박막 10여층 이상으로 이뤄진 이종반도체를 만들어 스핀의 방향을 조절하는데 충분히 큰 유효자기장을 갖는 양자우물 반도체 구조를 최적화했다. 또 반도체ㆍ강자성 금속 접합에 얇은 터널링 막을 인위적으로 형성해 높은 스핀주입 및 검출 효율을 얻는 데 성공했다.

◇부팅 대기시간 필요 없는 극소형 컴퓨터 제작도 가능=장 연구원이 개발한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컴퓨터를 부팅 없이 실행하고 메모리와 중앙처리장치(CPU)를 한 개의 칩에 담는 등 정보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특히 스핀트랜지스터는 기존 반도체와 구동방식자체가 다르므로 기존 반도체의 한계를 극복한 비휘발성의 초고속ㆍ초저전력의 전자소자 개발이 가능하다.

장 연구원은 "기능 전환형 논리소자와 같은 새로운 논리소자를 만들어내 스핀을 이용한 연산소자와 메모리 소자가 하나의 칩으로 집적될 수 있어 부팅대기시간이 필요 없는 극소형의 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종전 방식으로 칩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어렵다고 보고 크기에 구애 받지 않는 신개념 트랜지스터를 개발하고 있다. 이 스핀트랜지스터 기술은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지에 게재된 데 이어 '네이처(Nature)'지가 온라인 저널로 발표하는 'NPG 아시아 머티리얼스'에 주요 연구결과로 함께 소개되는 등 연구성과의 탁월성을 인정받았다. 또 미국·EU·일본 등 세계 각국에 특허 출원 중이다.

장 연구원은 최근 3년간 국제과학기술논문색인(SCI) 저널에 총 35편의 우수한 논문을 게재해 스핀트랜지스터 관련 분야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부터 미국 MIT에 설치한 KIST-MIT 현지랩 책임자를 맡아 미국 연구자들과 함께 스핀소자 연구를 진행하면서 미해군연구소(NRL)를 비롯해 세계 선진 연구그룹과의 국제협력을 통해 국내 관련 분야의 연구수준을 세계적 수준으로 향상시키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는 "스핀트랜지스터와 같이 대규모 연구자원이 투입되는 거대연구 분야에 전념할 수 있도록 우수한 연구여건을 제공한 KIST와 많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결코 좌절하지 않고 함께 일해온 동료 연구원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개발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면서 "이번 수상을 계기로 실리콘 반도체에서 이룩한 반도체강국 한국의 위상을 차세대 반도체에서도 이어갈 수 있도록 응용기술개발에 매진하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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