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출항! 한국號 어디로] 쇠락하는 국가경쟁력
한국만 제자리… 말聯ㆍ타이에도 뒤져기업경쟁력은 "세계최고 수준" 자타공인노사관계는 지난해이어 2년째 꼴찌 기록일관성없고 불투명한 정부정책도 "걸림돌"
'격세지감' 한국경제
강소국에게 배운다
재출항! 한국號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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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소(IMD)가 발표한 ‘2004년 세계 경쟁력 보고서’는 한국호의 현주소를 그대로 말하고 있다. 인구 2,000만명 이상의 30개 경제권 가운데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15위. 지난해 중국(올해 11위)이 추월한 데 이어, 올해는 인도(14위)까지 우리를 앞섰다.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인도 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시아 주요 개도국에도 뒤쳐진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함께 불리던 싱가포르, 홍콩, 타이완 등은 이미 선두그룹으로 저만큼 앞서 있다.
IMD 보고서가 지적한 한국의 문제점은 명확하다. 노사관계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꼴찌다. 교육의 질과 정책 일관성, 정치불안, 정당의 정치과제 이해도 등도 모두 최하위권이었다. 후진적인 노사관계와 정부정책이 국가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한국만 '제자리 걸음'=
지난 97년 외환위기로 급격히 하락했던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점차 회복되다가 그 추세가 둔화되더니 급기야 하락하기 시작했다. 물론 순위가 밀린다고 해서 국가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주춤거리는 사이 다른 국가들은 무섭게 부상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수준이다. IMD 역시 ▦기업의 개혁마인드(3위) ▦경영진의 국제경험(5위) 등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했다. 최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도 한국의 삼성과 LG는 휴대폰과 평면TV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글로벌 리더로 떠올랐다고 호평했다. 휴대폰 시장의 경우 삼성과 LG가 세계시장의 5분의1을 장악했고 특히 삼성의 경우 예전 노키아와 델이 가졌던 세계적인 첨단기술기업의 명성을 누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래의 불확실성 확산 =
하지만 기업 부문을 뺀 노동ㆍ정부 정책 부문의 경쟁력은 확연히 떨어진다. 지난 98~2002년 연평균 노동쟁의 발생건수를 보면 한국의 노사문제를 우려하는 해외의 시각이 단순한 과잉반응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기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노동쟁의는 226건으로 일본(99.7건), 미국(30.0건), 영국(194.3건), 핀란드(76.0건), 네덜란드(16.0건), 싱가포르(0건)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또 노동쟁의로 인한 노동손실일수도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평균 113.6일로 일본(1.4일), 미국(70.4일), 영국(14.1일), 핀란드(17.6일), 네덜란드(2.7일), 대만(0.02일)보다 월등히 많았다.
노사분규에 따른 생산ㆍ수출 차질액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부문에서 노사분규에 따른 생산차질액은 2조4,972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45,3%나 증가했고, 수출차질액은 무려 73.2%가 급증한 10억5,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정치체제와 정책의 불투명성도 중요한 장애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정부 정책의 비일관성과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의 투자환경을 앞장서서 조성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기업이 투자를 미루고 기피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7대 국회는 구성원이 다양해져, 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정부ㆍ여당이 형평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개혁을 급속히 추진할 경우 경제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천식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현재의 실질경쟁력은 단기간에 급속히 향상될 수 없지만 미래가치는 매우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며 “단기적 평가결과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고 필요한 제도개혁 과제를 일관되게 실천해 갈 경우, 역설적으로 평가 결과는 기대 이상으로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력시간 : 2004-06-08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