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2002 재계 떠오르는 '뉴 리더']<2>삼성

경륜…창의…다양한 경영능력삼성의 올해 인사는 철저하게 경영성과에 따라 결정됐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이에 따라 경영능력을 갖춘 인사들이 새로운 리더군으로 부각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삼성코닝 사장으로 자리를 바꾼 송용로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그에게는 브라운관용 유리기판 시장에서 줄곧 1위를 지켜오다 최근 경쟁업체인 한국전기초자에 밀리고 있는 삼성코닝을 다시 일으켜 세우라는 책무가 맡겨졌다. 호텔신라 사장까지 겸하게 된 허태학 삼성에버랜드 사장도 주목대상이다. 삼성그룹내 현직 최장수 최고경영인이지만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 이번 인사에서 강력한 리더로 떠올랐다. 그는 한 때 국내 최고의 호텔이었으나 최근 롯데ㆍ하얏트 등과의 경쟁에서 처지고 있는 호텔신라를 환골탈태, 선두자리에 복귀시키는 임무가 맡겨졌다. 특히 허 사장은 삼성그룹의 최고의사 결정기구인 구조조정위원회 멤버에 선임돼 새로운 실세로 시선을 모으고 있다. 그는 나이(57세)나 그룹내 현직 최장수 최고경영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구 리더라고도 할 수 있지만 최근의 급부상으로 뉴 리더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허 사장은 에버랜드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육성한 성과를 높이 평가받았다. 삼성전자 부사장으로 일하다 삼성 중국본사 회장으로 임명된 이형도 부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전기로 이동한 강호문 사장 역시 관심대상이다. 그에게는 삼성전기를 세계적인 전기전자부품업체로 도약시키는 임무가 주어졌다. 발탁인사로 사장단에 합류한 인물들도 눈에 띈다. 이들은 주로 마케팅 및 영업분야 전문가로 앞으로 공격적인 영업전략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에서 호텔신라로 옮겨 온 이만수 부사장이 대표주자. 이 부사장은 지난 99년 삼성물산 뉴욕법인에 근무할 때 미국시장에서 의류ㆍ가방 등에서 '후부(FUBU)'돌풍을 일으킨 공로를 인정받아 이사에서 상무를 거치지 않고 전무로 2단계 승진했다. 올해 다시 2년만에 부사장으로 고속 승진, 그의 탁월한 마케팅 능력에 거는 삼성의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박양규 삼성네트웍스 사장도 삼성SDS 상무에서 파격적인 승진을 했다. 그는 그룹내에서 손꼽히는 네트워크서비스 전문 영업통이다. 박 사장은 계열사를 통해 발생하는 매출에 만족하지 않고 대외영업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삼성의 네트워크 사업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국내외 업체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중국시장에 정통한 인사들도 차세대 리더군에서 빼놓을 수 없다. 배승한 삼성전자 베이징지점 통신영업담당 부장은 중국 CDMA 사업권을 따내 상무보로 승진했다. 배 상무보는 미국업체로 기울었던 사업권을 삼성전자로 돌려놓은 일등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또 외국인 최초로 발탁된 데이비스 스틸 삼성전자 상무의 역할도 앞으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40대 부사장급은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리더군이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마케팅실장인 김병국(47) 부사장, 디지털솔루션센터장인 전명표(45) 부사장, 기흥공장장인 김재욱(48) 부사장, 메모리반도체연구소장인 이문용(49) 부사장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김병국 부사장은 지난해 7월 미국 AOL-타임워너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성사시킨 주역이고 전명표 부사장은 전자제품의 융복합화 추세에 맞춰 신규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형도 삼성전기 부회장이 중국본사 회장으로 옮겨간 것은 안정적으로 미래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사업을 두고 많은 고민을 해온 이건희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는 대목"이라며 "세계 최대경쟁지역인 중국에 사운을 걸고 있는 만큼 통신ㆍ전자사업의 전문가에게 맡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태학 사장과 함께 구조위 위원으로 들어간 배종렬 삼성물산 사장과 배정충 삼성생명 사장의 역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들은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현명관 삼성물산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이형도 삼성전기 부회장이 중국총괄 대표로 발령나면서 새로 선임됐으며 삼성의 구조조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다는 점과 모두 비서실 출신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배종렬 사장은 제일기획에서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을 마친 뒤 2001년 모기업인 삼성물산을 맡아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배정충 사장도 지난해 삼성생명의 임원 30%를 축소하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행했다. 한편 한 때 이동설이 나돌았던 삼성전자 사장단은 윤종용 부회장, 이윤우 사장(반도체총괄), 진대제 사장(디지털미디어) 등 기존체제가 유지돼 이들의 영향력은 여전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최악의 불황을 맞아 추진된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원가절감 노력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며 "신규사업이 가시화되고 이를 위한 인재들이 등용되기 전까지 당분간 현재 경영진들이 큰 변화없이 가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는 올해 예상을 뒤엎고 승진인사에서 빠져 당분간 착실히 경영수업을 받는데 열중할 것으로 보인다. 임석훈기자 조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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