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美·스페인 지방정부 재정 '빨간불'… 中도 '시한폭탄'


미국 뉴저지주(州) 정부 산하 공기업인 뉴저지스포츠ㆍ박람회공사(NJSEA)는 40여년전 3억200만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 종합 스포츠센터인 ‘메도우랜드’를 건설할 자금을 마련했다. 이 채권은 25년에 걸쳐 갚아나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주 정부는 메도우랜드 건설을 위해 조달된 채권발행 자금 가운데 일부를 주 정부 예산으로 전용하기 시작했고, 특히 도심 재개발 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신용등급이 높은 NJSEA를 통해 무더기로 채권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NJSEA의 부채는 무려 8억3,000만달러로 늘어났다. 스티븐 말랑가 맨해튼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를 통해 “이런 걱정스러운 이야기들이 미국 지방정부에서는 그리 대수롭지 않게 들릴 정도”라고 지적했다. 전세계 곳곳에서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마저 재정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제 전세계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의 재정 위기로 전이되고 있다. ◇ 미국과 스페인의 적자 가장 심각 = 미국 주 정부들의 경제상황을 연구하는 ‘예산 및 정책연구센터’(CBPP)에 따르면 현재 50개 주 정부 가운데 46개가 심각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뉴욕 등이 가장 심각하다. 미국 주 정부들의 재정적자는 2011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총 890억달러에 달하는데 2012년에는 1,27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부채도 최근 10년사이에 눈에 띄게 불어났다. 미 지방정부들의 부채 총액은 지난 2000년 1조4,000억달러에서 2010 회계연도 현재 2조2,000억달러로 늘어났다.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부채 비중은 지난 2000년 15%에서 2010 회계연도에는 22%로 사상 최고 수준이며, 2012년에는 24%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 정부들은 부족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 지출을 축소하는 한편 채권 발행 등을 추진중이다. 세계 8위의 경제규모(1조8,000억달러, 2007년 기준)를 자랑하는 캘리포니아주는 올해 회계연도에 190억달러 규모의 재정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주정부는 올들어 현금부족으로 지난 92년 이후 처음으로 단기차용증(후불 수표)을 발행해 소득세 환급분과 연금 지급, 정부기관 하청업체에 대한 대금남부 등에 활용했다. 주정부 공무원들의 임금은 무려 14%나 깎였다. 일리노이주의 경우 지난달 14억달러 규모의 긴축재정안을 통과시킨 데 이달에는 9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리노이주가 사상 처음으로 노르웨이, 사우디 아라비아 등 해외에서 채권판매 마케팅을 벌였다”며 “채권 수익률이 미 국채보다 3.4%포인트나 높아 큰 관심을 끌었다”고 전했다. 애리조나주는 주 의회 건물을 매각했고, 델라웨어주는 한 푼이라도 절감하기 위해 주립병원의 화초까지 없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일부 미국 주정부들의 재정상태는 유럽 재정위기 발생지인 남유럽 국가들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유럽에서는 스페인의 지방정부 재정 부실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 텔레그라프는 지난 13일 “8,000여개의 스페인 지방정부 가운데 3분의 1이 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으려, 올해 말까지 연쇄적인 모라토리엄 선언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400개 이상의 지방정부들은 전기ㆍ수도ㆍ전화 요금 등을 내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스페인 지방정부 연맹은 이미 중앙정부 채무에 대해서는 오는 2012년까지 모라토리엄을 요청해놓았다. 페드로 아라후에테스 지방정부 연맹 재정위원장은 “지방정부들은 부동산시장 거품 붕괴로 세수가 30%까지 줄어든데다 중앙정부의 긴축재정으로 교부금 지원도 20% 감축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중국도 잠재적 위기에 시달려= 중국은 최근 지방정부 채무상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국가 감사기관인 국가심계서는 지난달 23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제출한 회계감사 보고서에서 “지방정부의 부채가 전체적으로 세수 규모를 웃돌고 있으며, 일부 지방정부의 경우 부채 규모가 (세수의) 3배를 웃돌기도 한다”고 밝혔다. 국가심계서는 “이들 지방정부가 빚을 갚을 대책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9년말 현재 중국 지방정부들의 총 채무액은 2조7,900억위안(약 388조원)에 이른다. 빅터 쉬 노스웨스턴대 정치학 교수는 타임스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성장의 한 축은 정부의 ‘빚 쌓기’에서 비롯된다”라며 “특히 지방정부들이 부동산개발 등을 위한 특수목적회사를 마구잡이로 설립해 빚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본도 지자체 재정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총무성은 지난해 10월 “21개의 지자체들이 심각한 재정문제에 처했다”며 획기적인 재정건전성 강화 계획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일본 지자체들의 부채는 2010 회계연도에 200조엔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서는 지난 2006년 홋카이도(北海道) 유바리(夕張)시가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파산을 신청했다. 탄광도시였던 이 지역은 1980년대 관광ㆍ휴양지로의 변신을 시도했지만 과잉투자에 따른 과도한 빚더미(360억엔 재정적자)만 남긴 채 결국 실패했다. 일본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재정난 타결을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앙 정부는 지난 2007년 6월부터 지자체의 파산방지 법률, 지난해 4월부터 지자체 재정문제 관리 법률 등을 도입, 시행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주로 공무원 임금삭감 등을 통해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유바리시 파산에 따른 학습효과”라고 설명한다. ◇ 중앙 정부의 지원은 없어 = 미 연방정부는 지난 11일 주정부들에게 더 이상 연방정부의 지원을 바라지 말라고 잘라 말했다. 어스킨 불스 미 재정책임계혁위원장은 “연방정부도 이제 재원이 없다”고 고백했다. 이에 따라 뉴욕, 펜실베이니아, 미시간주는 당장 메디케어(극빈자 의료보험)와 실업수당 지급 등에 차질을 빚게 됐다.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과 일본 역시 재정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중앙정부의 적자 축소가 ‘발 등의 불’이다. FT는 “지방정부들이 긴축예산 편성과 함께 지방채 발행을 더욱 늘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로 세수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 지방채 발행 등을 통해 버텨나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재정난 타결을 위한 세금인상도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은 지난 14일 “뉴욕과 뉴저지주의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최상위 계층(연소득 30만달러 이상)을 대상으로 소비세(부유세)를 한시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경우, 정치인들이 세금인상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스스로 감내할 것이냐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미국과 유럽의 정치인들은 (정치적 부담을 두려워해) 불가피한 고통을 아직도 꺼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