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과 동유럽 국가들 역시 감세 정책을 실시하기로 하는 등 세계 주요국들이 경기 부양을 위한 세금 인하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연이어 계속되는 금리 인하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소비 진작와 투자유치를 위한 보다 직접적인 카드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침체된 독일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약 180억 유로(미화 200억6,000만달러)의 세수감소가 예상되는 소득세율 인하를 내년부터 조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독일은 당초 2005년부터 감세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경기 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시행 시기를 앞당겼다.
이번 인하안에 따라 현재 48.5%인 최고 세율이 42%로 낮아지고 최저 세율 역시 19.5%에서 15%로 인하, 결과적으로 가구 당 평균 연 1,000유로 이상의 소득 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슈뢰더 총리는 이날 “내년부터 봉급생활자들이 내는 소득세가 10% 이상 줄어들 것”이라며 “10%의 세금감면은 10%의 소비 확대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감세는 결국 정부 재정에 부담을 주면서 가뜩이나 심각한 독일 재정 적자 문제를 더욱 악화, 유럽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은 독일의 경우 이미 EU가 허용하는 재정 적자 한계치를 초과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독일의 감세 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지난 해 독일의 재정적자는 이미 EU의 안정성장협약이 규정한 한계선인 국내총생산(GDP)의 3%를 상회했었다. 한스 베르너 진 독일 경제연구소 소장은 “독일이 앞으로 세출을 큰 폭으로 줄여나가지 않을 경우 감세가 시작되는 2004년 말에는 재정적자가 4.1%를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동유럽 국가들도 내년 유럽연합(EU) 가입을 앞두고 외자유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법인세를 앞다퉈 내리고 있다. 슬로바키아가 지난 달 1일 법인세를 현 25%에서 19%로 내리기로 결정한 것을 시작으로 폴란드와 체코 역시 법인세를 인하한다는 방침이다.
<최윤석기자 yoep@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