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면접 「격식파괴」

기업들이 우수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술자리나 노래방, 야외에서 면접을 보는「격식파괴」가 면접을 늘리고있다. 기업들은 수십명모집에 수천명, 수백명 모집에 수만명이 몰리는 상황에서 기존 방식으로 우수인재를 뽑는다는게 사실상 불가능, 앞으로도 이같은 면접을 확대 시행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공정성과 신뢰성이 낮은데다 남녀고용평등법에도 위반되는 등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취업면접을 앞두고 「격식파괴」에 대한 찬반의견을 들어보았다. 【편집자주】◎찬성/잠재능력·인성 실질접근 가능/면접은 맞선보기… 쌍방이해 넓힐 기회/회사 홍보의장 활용 중도이탈자 방지도/기업도 아이디어 발굴 선발기준 객관성제고 노력을/민윤식 리크루트 대표 지난 95부터 대부분의 기업들이 필기시험을 전격 폐지하면서 전형방법에 일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단편적인 지식을 확인하는 필기시험대신 지원자의 잠재능력과 인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있는 면접을 중시하고있는 것이 이 변화의 핵심이다. 면접의 비중이 높아지는 이유에 대해 기업들은 시험으로 파악할 수없는 인성과 품성에 보다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고, 적극적인 자세와 종합적인 사고의 함양여부를 평가하는데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의 면접강화는 전형방법상의 비중이동이라는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고 선호하는 인재상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 국내기업들은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성실파를 선호했다. 또한 조직순응의 덕목을 중시해 집단주의적인 태도를 높이평가했다. 그러나 국제화와 정보화가 가속화되고 경영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면서 이른바 「21세기형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무한경쟁시대를 대비해 미래를 예측하고 변화를 주도하며 창의력이 뛰어난 인재」를, 삼성은 「열린마음·열린행동의 소유자, 국제감각을 갖춘 세계시민」을, LG는 「기본에 충실하고 창의력이 뛰어난 인재」를, 대우는 「패기있고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을, 선경은 「적극적인 사고와 진취적 행동력을 갖춘 인재」를 원하고 있다. 이러한 요건을 갖춘 신입사원들을 선발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기존의 선발방식에 의존할 수없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면접시험의 경우 불과 몇분동안 피면접자가 면접관이 던지는 몇가지 질문에 단답식으로 응하는 기존의 면접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기업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시사적인 주제를 놓고 지원자들끼리 토론하게 하는 집단토론이나 특정주제에 대해 발표하는 프리젠테이션면접을 비롯하여 술자리면접·노래방면접·카드놀이 면접·무자료면접·등산면접등 갖가지 이색면접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면접전형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높이기위해 사내전략팀을 구성, 아이디어발굴에 골몰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런데 최근 술자리나 노래방, 사우나등에서 이뤄지는 「격식파괴형」면접이 평가의 공정성면에서 신뢰도가 낮은데다 남녀고용평등이란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격식파괴형면접이 자칫 응시자들에게 모멸감을 줄수있으며 면접결과에 승복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는 게 이 주장의 핵심이다. 더 심하게는 면접관들조차 전형기준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면접시험이 갖는 평가도구로서의 타당성에 대한 이러한 지적은 인재선발기법이 과학화되고있지 않은 현실여건을 고려할 때 매우 바람직한 지적일 수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이 새로운 인재상에 걸맞는 새로운 전형방식을 고민하고 있는 기업들의 노력을 평가절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될 것이다. 또 면접시험을 단순히 선발방식의 하나라거나 선발과정의 일부분이라는 식으로 그 범주를 한정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면접은 결혼으로 따지면 맞선과도 같은 자리다. 따라서 성사여부 즉 당락의 결과에 상관없이 쌍방간 이해의 수준을 높이고 좋은 이미지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재 일부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이색면접들은 선발방식의 하나이자 응시자들에게 회사에 대한 친화력을 제고시키는 홍보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현재 대졸출신들의 취업관행을 보면 중복지원이 보편화되어 합격자발표이후에도 다른기업으로 옮기는 경우가 허다하며, 직장생활에 정착하지 못하고 몇개월이 채 안돼 전직하는 경우도 전체 신입사원의 20%에 이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선발도구의 타당성 제고만으로 인재확보의 과제가 마무리된게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동종업계에서 경쟁사와 치열한 우수인력확보전을 치러야하는 기업들은 전형과정에서 중간이탈자 문제로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면접이란 시간과 공간은 평가의 기회와 더불어 기업의 이미지와 친화력을 제고시키는 기회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색면접에 대한 평가는 인사제도를 넘어선 보다 포괄적인 차원에서 논의되는게 마땅할 것이다. 굳이 면접을 선발도구만으로 한정짓는다 해도 기업과 업종, 모집직종과 성별에 따른 다양한 형식의 개발은 오히려 우리기업에 주어진 중요한 과제의 하나다. 인재선발의 중요성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데 특히 단군조선때의 일화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단군조선 제9대왕 감몰 16년에 왕이 신하인 고삼도에게 『현인을 구별하는 방법이 무엇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대해 고삼도는 『사람을 가까이 하여 겸손함을 측정하고, 멀리하여 신용을 보며, 위험한 상황을 주어 그의 용맹을 보고 술에 취하게 하여 그의 태도와 사람됨을 보고, 색을 시험하여 그의 몸가짐을 보고, 재물로서 시험하여 그의 청렴함을 보고, 잡사람과 같이 있게 하여 그의 절개를 관찰하여야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이색면접들도 이러한 옛성현들의 지혜와 그 맥을 같이하고 있는 셈이다. ◇약력 ▲연세대 법대졸 ▲코스모스백화점 대표 ▲세일관광 대표 ▲잡지협회이사겸 한국잡지박물관운영위원장 ▲중앙대 상임이사 ◎반대/여성에 불리… 신뢰성도 낮다/면접관도 선별기준 몰라 공정성에 의문/술자리·사우나 면접등 모멸감까지 불러/대학과 정보공유·인턴사원 활용 장기평가 바람직/김재원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근년에 들어 신입사원 채용에서 면접비중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몇몇 기업에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인재를 선발한다는 의도하에 기존의 면접과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롤러스케이트장에서의 면접, 호프집 또는 갈비집에서의 면접, 복장자유 면접 등이 있는가 하면 노래방, 술집, 백화점, 사우나 중 지원자가 원하는 곳에서 자유로운 복장으로 선배사원과 하루를 보내는 면접방식까지 도입되고 있다. 과연 이러한 면접방식이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선발하는데 적절한 방식인지에 대해서는 지극히 회의적이다. 이미 몇몇 기업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원면접관제도, 무자료면접, 프레젠테이션면접 등은 새로운 형태의 면접방식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면접을 실시하고 있는 기업들은 기업이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중의 하나인 신세대들의 가치관및 이들의 장단점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신세대의 자질을 보다 정확히 평가하여 이들 조직이 원하는 보다 나은 인재를 선발하려는 의도로서 새로운 선발도구를 개발하고 이들 선발도구의 신뢰성에 대한 후속연구를 통해 보다 나은 채용방식을 개발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술자리 면접, 사우나 면접 등이 채용의 선발도구로서 적합하느냐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격식파괴식 면접방식의 경우 면접관 조차도 선별기준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면접방식이 자칫 면접을 보는 학생들에게 모멸감을 주고 나아가 면접방식에 대한 납득성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문제점이 제기된다. 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원하는 사람을 채용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평가의 계량화가 중요함은 두말 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을 보면 입사시의 성적과 입사후 인사고과 성적간의 상관관계가 매우 낮거나 심지어는 부로 나타나는 등 채용관리상의 문제점이 심각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정되지 않은 기존의 격식을 파괴하는 새로운 면접방식의 신뢰성은 낮은 수 밖에 없다. 만약 기업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인재의 선발에 평가의 최우선점을 둔다면 인턴사원제도를 대학교 3학년 정도의 시점에서 실시하고 좀더 오랜 시간을 가지고 이들을 평가하는 것이 더 나은 방식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과 기업간의 정보공유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기업은 대학을 잘 모르고 대학은 기업을 잘 모르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채용시 평가에 따르는 감독비용을 줄이고 평가의 과학화, 합리화, 납득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이 대학으로 하여금 학생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도록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 경우 대학은 기업이 요청한 인재상과 해당 직무수행능력을 갖춘 학생을 추천하고 기업이 이들을 대상으로 신규사원을 선발하는 경우 「오렌지」를 선발하려다 「레몬」을 선발하는 오류를 극소화하고 채용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 가장 염려되는 것은 학교가 기업대 대해 거짓진술을 할 개연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기업은 다음 해에 거짓진술을 한 학교에 대한 벌칙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정보를 모르는 측(기업)이 정보를 가진 측(학교)으로 하여금 정직한 사실진술을 강요할 수 있는 자기선택(self-selection) 메카니즘」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거짓진술의 문제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소될 것이다. 기업의 채용에 대해 정부가 관여한다거나 입사시험이나 면접일시를 특정일에 한정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특히 기업이 가장 바쁜 시기인 11월말부터 12월중순 이후까지의 기간중에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 보아도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채용과정에서 면접이 중요시되는 만큼 이 기간중 회사의 중견간부나 임원들이 귀중한 시간을 신입사원 채용에 할애해야 되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연중 채용방식이 기업의 채용비용을 줄이고 학생들도 자신이 원하는 여러 직장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가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인턴사원제를 현재와 같이 4학년에 한정시키는 것은 인턴사원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아니라는 것도 아울러 인식해야 한다. 또 앞에서 언급한 각종 격식을 파괴한 면접방식은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경우 채용상에서 남녀의 차별을 금하도록 하고 있는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들면 면접관의 대부분이 남자임에 비추어 볼 때 술자리 면접 심지어 사우나 면접 등에 여대생들이 배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본격적인 채용시즌이 다가왔다. 기업의 채용행태가 사회전반적인 평가의 선진화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볼 때 차별없는 합리적·과학적 채용과 열린 채용이 이루어지고 아울러 이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상의 여러 측면을 고려해 볼 때 현재 다양한 형태로 확대실시되고 있는 격식파괴의 입사면접방식에 대한 재고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약력 ▲연세대 경제학과졸 ▲미국 인디아나대 경제학박사 ▲한국개발연구원 주임연구원 ▲한국인사관리학회 상임이사 ▲한국경영자총협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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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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