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6월 18일] 우리 기업은 왜 저평가 됐나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지배구조 관련 회의인 2008 국제기업지배구조네트워크(ICGNㆍInternational Corporate Governance Network) 연차 총회가 18일부터 사흘 동안 서울 신라호텔에서 해외 주요 기관투자자 350여명 등 총 600여명의 기관투자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다. ICGN은 기업지배구조 관련 세계 최대규모의 민간단체로 기관투자가들이 중심이 돼 구성됐으며 현재 약 40여개국 500여명의 회원으로 조직돼 있다. 회원은 캘퍼스(CalPERS), 헤르메스(Hermes), ABP, TIAA-CREF 등 장기투자를 선호하는 연기금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전체 회원이 운용하고 있는 자산 규모는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약 15배에 달하는 15조달러에 이르고 있어 세계자본시장에 그 영향력이 매우 큰 단체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ICGN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국제통화기금(IMF) 등 각종 국제기구, 각국의 증권감독기구와 거래소 등 주요 기관의 지배구조 관련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ICGN의 설립 배경은 기관투자가들의 지배구조에 대한 중요성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저금리와 인구 고령화에 따라 고수익 투자수요가 확대되고 간접투자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기관투자가의 주식 보유 비중이 급격히 높아졌다. 이로 인해 기관투자가는 대규모 투자손실을 감수하지 않고는 지배구조나 기업경영이 마음에 들지 않는 기업의 주식을 매각하는 소극적인 방식인 월 스트리트 룰을 더 이상 고집할 수 없게 됐다. 기관투자가는 투자의사 결정에 있어 지배구조 리스크를 고려하게 됐으며 특히 장기투자를 선호하는 연기금은 포트폴리오 구성시 해당기업의 지배구조 리스크를 더욱 신중하고 까다롭게 평가하게 됐다. 우리가 기업지배구조의 중요성을 깨달은 계기는 외환위기라는 뼈아픈 경험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기업지배구조 관련 제도를 과감히 개선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만들었으며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시장의 자율기능을 확대했다. 그 결과 우리 기업이 외환위기 이전보다 더욱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과는 무엇보다도 우리 기업들이 적극적인 자세로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자 하는 진심어린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러한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성과와 노력이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만족스럽게 홍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산업에 속하는 경쟁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오히려 동남아 기업보다도 저평가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가 완벽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배구조 관행에 있어서 많은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기업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실제의 가치보다 시장에서 특히 외국인투자가들에게 저평가 받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많은 우리 기업들이 해외 투자자를 위해 해외 주요 금융센터를 직접 방문, 적극적으로 기업설명활동(IR)을 펼치고 있다.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이번에 서울에서 개최되는 ICGN 연례 콘퍼런스는 우리 기업들이 해외 투자자들에게 저평가된 우리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주고 지배구조 개선 현황을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ICGN 연례 콘퍼런스 만큼 전세계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동시에 한곳에 모이는 행사는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 국내 상장기업이나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이 기대에 못 미치는 현실을 보면서 혹시나 아직도 우리 기업들이 지배구조의 중요성을 다소 낮게 평가하거나 10년 전 우리가 뼈아픈 경험을 하면서 얻은 교훈을 벌써 잊어버리지나 않았는지 걱정된다. 이번 ICGN 연차 총회의 서울 개최를 계기로 다시 한번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고 지금까지 우리가 기울여왔던 노력을 지속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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