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동십자각] IMF 졸업했나

최근 한국경제가 의외의 빠른 회복세를 보여 한국민 뿐 아니라 외국인들까지 놀라게 만들고 있다.주가·금리·외환보유액 등 각종 지표들은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이전 수준을 능가하고 있다. 보수적인 한국은행 마저 올해 경제성장을 3.2%로 전망할 만큼 장밋빛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우리나라는 역시 저력이 있어』라며 어깨에 힘을 주는 사람도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많은 펀드매니저들이 올해 한국의 구조조정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며 3대 유망 투자시장으로 타이, 유럽과 함께 한국을 꼽았다고 지난 10일자로 보도했다. 여기에다 무디스와 S&P가 한국의 신용등급의 상향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한국의 경제전망을 어둡게 볼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위에서는 『이제 IMF졸업한거 아냐?』라는 농담반 진담반의 소리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그러나 이럴때 일수록 냉정하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국가들이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인지 신중한 입장을 버리지 않고 있는 해외의 시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해외의 경제전문가들은 아시아경제가 위기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아직 완전히 마음을 놓을 단계는 아니다」며 경종을 울리고 있다. 프랑스의 르 피가로가 지난 5일자로 「한국경제 축하잔치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한데 이어 AFP통신은 11일 「최근 급락하고 있는 물가하락이 디플레를 야기해 결국 아시아경제에 다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11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경제가 1929년의 대공황에서 벗어나는데 12년이 걸렸으며 그것도 2차세계대전이라는 전쟁특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들어 아시아가 경제난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니혼게이자이 신문도 최근 사설에서 『거품붕괴 후 경제재건에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의 경험에 비춰봐도 아시아경제의 본격회복은 쉽지않다고 봐도 좋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들 외신은 한국이 구조조정을 상당히 진행시켰다고 해도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고 지적한다. 실업자문제가 「시한폭탄」으로 남아있으며 금융기관과 기업간의 유착관계를 청산해야하는 작업도 커다란 과제로 거론됐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해외요인들이 악화될 경우 경제회복이 요원해질 수도 있다. 전세계적인 디플레의 확산우려가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남미와 러시아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데다 중국경제전망도 밝지 않다. 일본과 유럽의 경제전망도 불확실하고 여기에다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은 미국경기마저 흔들리 경우 세계경제 동반침체의 우려도 상존한다. 이렇듯 나라 안팎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자칫 불확실한 낙관론에 빠져있다가는 「제2의 외환위기」를 맞게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88년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며 외국의 손가락질을 다시 받아서는 안될 것이다. IMF를 조기졸업하는 것보다는 다소 늦더라도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는 것이 우리경제에 보약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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