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도 그 이후] 신광기업

지난 55년 설립된 신광기업(대표 성덕수)은 절전형램프인 「장미전구」로 널리 알려진 상장업체다. 생산품목도 일반형 및 전구식형광램프를 비롯해 자기식·전자식안정기, 등기구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며 금호전기에 이어 업계 2위의 자리를 고수했다. 94년 400만달러, 95년 450만달러, 96년 74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하면서 견실한 성장을 이어왔다. 신광기업에 암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건 지난해 12월. 조흥은행 부천지점에 돌아온 12억8,000만원의 어음을 막지못해 부도위기에 몰렸으나 조흥은행이 자금을 지원해 가까스로 살아났다. 하지만 올해 1월 대동은행 서울 논현동지점에 돌아온 어음 2억6,000만원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됐다. 『국제통화기금(IMF) 한파이후 금융권이 앞다퉈 대출상환에 나선 게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한달반동안 120억원의 상환압력이 있었습니다. 이에 더해 건설경기침체등 내수부진으로 월 50억원에 달했던 매출이 25억원으로 50%나 줄었으며 도소매업체들의 잇딴 도산으로 받을어음도 15%나 부도처리되고 말았습니다.』成회장은 급격한 외부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게 부도를 자초했다고 설명했다. 신광기업은 지난 96년 충남 아산에 부지 2만2,000평·건평 8,000평규모의 공장을 준공한 것을 비롯해 정보통신·고속도로휴게소운영등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다각화했다. 또 93년 스리랑카에 공장을 설립하고, 94년 미국에 현지법인을 세우는 등 과다하게 투자를 한 게 부도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 7월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으로부터 화의인가결정을 받았습니다. 700억원에 달하는 부채는 3년거치 5년간 상환하기로 했습니다. 재기의 발판은 마련된 셈입니다. 인천소재 1,300평의 물류기지(공시지가 150억원)를 매각하고 앞으로 3,000만달러의 외국자본을 유치해 부채상환을 앞당길 계획입니다.』成회장은 외자유치를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40년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는 신광기업은 여기서 무너질 수 없다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임원 4명은 물러나 고문역을 맡아 회사살리기에 동참하고 있으며 사장과 부장이 직접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또 120명에 달했던 사무직원도 60명으로 절반가량 정리했으며 부서별로 50%의 인원을 줄였다. 신광기업의 역점사업은 해외시장을 확대하는 것. 건설경기침체로 내수기반이 50% 이상 무너져 국내에서는 탈출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달 추석을 반납하고 成회장이 직접 브라질에 출장을 가 시장개척에 앞장서고 있다. 매출액대비 15%인 수출비중을 6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생산라인이 중단됐던 아산공장도 수출물량이 점차 늘어나 현재 75%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으며 램프를 생산하는 신광전기도 최근 화의인가결정을 받아 힘을 보태고 있다. 『안정기를 취급하는 동아실업도 정상가동되고 있으며 지난 4월 필립스社로부터 50%의 잔여지분을 인수한 신광필립스는 신광조명으로 상호를 바꿔 관경 26mm의 절전형램프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成사장은 스리랑카 생산공장을 통해 동남아·미국시장공략을 강화하고 미국 판매법인을 통해 중남미시장을 새로이 개척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0년대 법정관리를 받았던 시련속에서도 재기에 성공했던 신광기업은 수출만이 다시 일어서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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