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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집권 사회당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고집스런 이기주의자"라고 비난한 내부 문서가 폭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번에 폭로된 문서는 재정 긴축 완화를 위해 메르켈 총리의 협조가 절실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고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해온 유럽 통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26일(현지시간) 사회당의 내부 문서 초안을 입수해 사회당이 메르켈 총리는 물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문서는 "(유럽 통합) 프로젝트가 대처리즘으로 기우는 영국 총리와 선거와 자국민의 예금만 신경 쓰는 비타협적 이기주의자인 메르켈 총리 간 정략결혼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문서는 캐머런 총리에 대해 "유럽에 선택 메뉴만 강요하며 리베이트 환상을 떨치지 못하는 인물"이라며 비판했고 바호주 위원장은 "봉건 보수주의의 포로"라고 비판했다. 문서는 또 메르켈 총리와 긴밀히 협조했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프랑스와 독일의 우정은 (사르코지의) 프랑스와 메르켈 총리의 유럽 정책 간 관계와는 다르다"며 비판을 가했다.
사회당이 오는 6월 유럽 사회주의정당 대회를 앞두고 만든 이 문서는 유럽 각국이 긴축 완화를 요구하는 가운데 유출됐다. 앞서 바호주 위원장을 비롯해 엔리코 레타 이탈리아 총리 지명자와 스페인 정부가 잇따라 EU의 부채 감축목표 완화를 요청했지만 긴축의 방향타를 쥔 메르켈 총리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부채 감축시한 연장에 대한 독일의 지지를 원하고 있으며 몇몇 독일 관료들이 올랑드에 지지를 보냈지만 아직까지 정책이 바뀌지는 않은 상태다.
이 초안은 또 유로안정화기구(ESM)에 은행 기능도 부여해 필요시 유럽중앙은행(ECB)의 자금을 이용해 구제금융을 지원해줄 수 있는 방안과 함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단일 채권을 만들어 부채 문제를 공동 해결하자는 구상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CB의 가장 큰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메르켈 정권은 이 두 방안을 반대해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한편 파문이 확산되자 사회당은 메르켈 관련 내용을 즉각 삭제하겠다고 해명했지만 "긴축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며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프랑수아 필롱 전 프랑스 총리는 "양국 관계가 이렇게 나빴던 것은 드문 일"이라며 이번 사태로 양국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슈테판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우리(독일과 프랑스)는 매우 잘 협력하고 있다"면서 "정책에 변화가 생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