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일자리도 ‘양극화’

지난 10년 동안 중간계층의 일자리는 소폭 증가하고 하위계층과 상위계층의 일자리는 기형적으로 늘어나는 등 `일자리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 이후 산업화사회에서 정보화사회로 급격히 이전하면서 기업의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하층민이 중간계층으로 이동하기 어려워지는 등 `사회계층의 고착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11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일자리 양극화 경향과 빈곤정책의 방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10년 동안(93년부터 2002년)중위계층의 일자리는 29만 7,000개가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에 하위계층은 118만 7,000개, 상위계층은 200만4,000개가 대폭 늘어났다. 계층은 취업자의 시간당 임금을 기준으로 상위 30%는 상위계층, 40~70%는 중위계층, 하위 30%는 하위계층으로 각각 구분했다. 경제규모가 확대되면서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문제는 중간계층의 일자리만 약간 늘고 상위ㆍ하위계층은 중간계층에 비해 6배 이상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간계층의 일자리가 취약해지는 이유는 대기업(300인 이상 기업체 기준)과 제조업에서 소수의 양질의 일자리만 증가하고 나머지 일자리는 소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기업근로자는 상위계층만 6만6,000개가 늘어났고 중간계층과 하위계층의 일자리는 각각 18만8,000개, 12만7,000개가 줄었다. 하위계층의 일자리는 주로 도ㆍ소매 숙박업 등 비정규직 근로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10년간 하위계층은 임금근로자를 기준으로 비정규직 일자리가 138만개가 늘었지만 정규직 일자리는 오히려 25만5,000개가 줄었다. 반면에 상위계층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일자리는 61만9,000개 증가하는 데 그치고 정규직 근로자의 일자리는 41만8,000개나 늘어 하위계층과 대조를 이뤘다. 전병유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중산층의 삶이 가능했지만 일자리의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학력 수준이 낮거나 저소득층이 중간계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며 “정부는 노동빈민의 생활수준을 개선하고 중간수준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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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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