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MF 프로그램/“개선용인가 개악용인가”

◎지원 개시 불구 환율급등 등 금융불안 여전/현실 무시한 급조 처방에 건실기업도 “흔들”급조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우리 경제현실과 워낙 동떨어져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가 급격히 나타나고 있다. 9일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환율이 1천4백원을 웃돌아 급등하고 증시는 종합주가지수가 4백선 아래로 추락하는 공황상태가 재연됐다. 회사채와 콜금리도 법정 이자율상한선인 연 25%에 달하고 있다. IMF의 자금지원이 시작됐음에도 불구, 국내 금융시장의 동요가 확대 재생산되는 양상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금융시장이 이처럼 급격히 동요하는 단초의 상당부분은 IMF의 구조조정프로그램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증시폭락과 금리폭등의 1차적 이유는 부도공포 때문이다. 금융시스템의 붕괴로 옥석을 가릴 여지도 없이 모든 기업이 무차별적으로 도산위기에 몰려있다. 지난 2일 IMF의 강압에 의해 내려진 9개 종금사에 대한 영업정지명령 이후 정부 및 금융기관 상호간에 불신을 초래한 것이 금융시스템을 이처럼 혼수상태에 몰아넣은 주범으로 지목된다. 폐쇄 원칙에 합의하더라도 최소한 며칠만 말미를 주었으면 돈의 흐름이 완전히 막히는 사태를 막기위해 기본적인 보완장치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IMF측은 당장 폐쇄하지 않을 경우 돈을 주지않겠다고 협상팀을 강하게 압박했다. 이 바람에 정부는 종금사에 대한 콜자금을 지급보증하겠다는 은행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고 예금자들도 예금지급을 보장한다는 정부 발표와는 달리 예금인출이 동결돼 뒤통수를 맞았다. 종금사의 기업대출(CP)규모가 80조원에 달하는 상태에서 은행과 기업간의 자금흐름을 매개하는 종금의 기능이 일거에 마비됐고 이 바람에 기업들이 연쇄도산할 것이라는 우려감을 확대시켰다. IMF측은 이에대해 충분히 예견한 상황이라고 설명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종금사에 대해 대주주의 증자 등을 통한 영업재개의 기회를 주었지만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시간낭비만 했을 뿐이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IMF가 부실금융기관의 조기정리라는 원론에만 집착, 우리 실정에 맞는 최소한의 유연성조차 허락하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이같은 IMF의 경직적인 자세는 우리 경제의 회생을 도와주기에 앞서 생존기반을 송두리째 뽑아버릴 가능성도 적지않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환율문제도 우리나라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은 부분이다. 자본자유화가 더딘 우리나라에는 미소한 거래량으로도 환율이 요동을 치는 등 환율결정 능력이 있는 참다운 외환시장이 존재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시장개입에 극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IMF 때문에 환율이 1천4백원까지 치솟는 시장상황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다. IMF도 적정환율을 1천2백원 수준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투기적 수요나 일시적인 수급혼란으로 환율이 요동칠 경우 정부가 일정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데도 기능이 마비된 시장에만 매달리도록 우리 경제구조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막대한 환차손이 기업들의 생존여건을 어렵게 하고 환율 불안으로 경영계획조차 세우기 힘들게 된다. IMF는 장기적으로 시장이 적정환율을 찾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환율불안이 금리상승, 금융시스템 붕괴와 맞물려 건실한 기업마저 도태시킬 가능성이 높다. IMF는 또 이자율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 투자수요를 줄이고 외자를 들여다 자금을 마련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경상적자 축소와 외환보유액 확대를 위한 원칙적인 주문이다. 그러나 이자율이 법정상한선인 연리 25%까지 치솟아도 외자는 들어올 기미가 없다. 자본시장 개방이 단기차익만 따먹는 핫머니만 유입시켜 불안요인을 키울 수 있다. IMF가 스스로 밝혔듯이 우리 경제는 경상수지 적자가 개선되는 등 기초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다만 정부가 너무 늦게 구제금융을 신청해 협상을 조급하게 진행한 측면이 많다. 경제의 투명성을 높이고 부채의존 경영행태를 개선한다는 큰 원칙은 지키면서 단기간 고도성장을 일궈낸 한국경제의 구조적 특수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구조조정 방안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멀쩡한 기업까지 도산시켜 금융기관의 부실을 양산하고 외환위기를 확대 재생산할 소지가 많다는 분석이다.<최창환 기자> ◎우리 현실과 괴리된 IMF의 구조조정 방안 ▲9개 종금사에 대한 준비없는 영업정지=종금비중의 과소평가와 사전준비 소홀로 금융시스템의 동요야기. 정부불신과 금융기관간 상호불신 초래. ▲통화긴축과 자본자유화=외환위기가 우리기업의 높은 부채비율과 이로 인한 금융기관부실화에서 출발한 점을 간과. 안정적인 외자유입은 어렵고 투기적 단기자금의 유입으로 시장동요 확대 가능성. ▲외환정책에 대한 과도한 제한=IMF 긴급자원의 용도를 외환보유고 확대로 엄격히 제한해 환율불안정에 대처할 수 없도록 함. 환차손급증, 무역의존도가 큰 기업들의 예측가능성 상실. ▲급격한 재벌구조 조정=결합재무제표도입, 상호지보 단기간 축소 등으로 구조조정을 단기간에 마무리, 연착륙을 어렵게 하고 대규모 도산초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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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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