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꼼꼼한 대통령의 함정

17ㆍ18일 이틀간 과천 관가엔 때 아닌 소동이 벌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열린 지식경제부 업무 보고에서 물가상승 대책으로 “생활필수품에 해당하는 품목 50개를 집중 관리하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관련 부처는 “물가 관리에 더 노력하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점잖게 받아넘기면서도 뒤로는 50개 품목을 정하느라 요란을 떨고 있다. 152개 품목으로 구성돼 ‘장바구니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가 따로 있는데도 말이다. 또 기획재정부 소관인 일을 지경부에 업무 지시를 내리는 바람에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뾰족한 대책이 있을 리도 없다. 정책 당국은 유통마진 억제, 가격담합 적발, 교육비 인상 자제요청 등 과거 나왔던 대책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공무원들을 비판만 할 수도 없다. 최근 물가불안은 원자재가격 급등 및 원화 약세 등 대외요인 탓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올 6% 성장’은 물가 불안을 더 부추길 게 뻔하다. 성장ㆍ물가ㆍ경상수지 등 경제운용의 3대 목표 달성이 서로 상충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바꿔 말하면 대통령이 “서민물가 안정이 최우선”이라고만 하지 말고 최우선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대통령의 잇단 ‘경제 위기’ 발언도 보기 좋지 않다. 이는 관련부처 공무원들의 적극 대응을 촉구하는 것이겠지만 한편에서는 올해 연말 성장률 하락에 대한 면죄부를 받고 총선 승리, 공무원 기강 잡기 등의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대통령의 위기 발언으로 투자ㆍ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우려도 있다. ‘현장’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통령은 이미 대불공단 전봇대, 해외자원 확보, 공무원 출근시간, 재래시장 활성화, 조달청의 예산절감 등에 대해 숨가쁠 정도로 많은 훈수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는 국고 지원, 효율성 저하, 공기업 민영화 포기 등이 동반돼야 해결되는 문제들이다. 난마처럼 얽혀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경제 문제에 대통령이 눈앞의 문제만 강조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과천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과장이나 하는 일에 매달려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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