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빡세게 두었다

제8보(134~163)


이창호는 쉽게 던지지 않았다. 우상귀까지 움직여 보고 그것이 모조리 잡히자 돌을 던졌다. 종반의 수순은 거의 무의미하므로 생략한다. 19세의 최철한이 결국 국수 타이틀을 가져갔다. 47년의 국수전 역사를 새로 쓰게 되었다. 10대 국수의 탄생. 난공불락으로 보이던 이창호의 철옹성이 너무도 쉽게 함락된 것이다. 이 대국이 끝난 며칠 후에 사석에서 필자가 최철한을 만났다. 이미 인터뷰에 지쳐 있는 그는 소감을 물어도 의례적인 대답밖에 하지 않았다. 필자는 정색을 하고 채우쳐 물었다. “국수의 사명 가운데는 팬들에게 성심성의껏 대꾸하는 것도 포함돼 있어. 건성으로 대답하는 것은 실례야. 이긴 원동력이 뭐였다고 생각해?” 한참 뜸을 들이던 최철한이 드디어 입을 열고 말했다. “빡세다는 말 아시죠?” “물론 알지.” “빡세게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것이 적중한 것 같아요. 모두들 창호형과 둘 때는 주눅이 조금쯤 들게 되잖아요. 그래 가지고는 애당초 승부가 되질 않지요. 수읽기로, 끝없는 육박전으로 숨돌릴 여유 없이 빡세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놀랍게도 19세의 최철한은 자기 나름의 이창호타파법을 준비해 놓고 있었던 것이다. “막상 이기고 나니까 어때?” “이번 5번기는 창호형이 힘을 모두 쏟아붓지 못한 느낌이에요. 아마 기성전에서는 창호형이 뭔가를 보여줄 거예요. 그럴 리는 없지만 만약 기성전까지 제가 이긴다면…. 글쎄요. 창호형이 권태기에 들어간 증거일 수도 있겠네요.” 163수 이하줄임 흑불계승.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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