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8년 1만명을 넘어선 이후 해마다 5자리 숫자를 기록하던 교통사고 사망자 숫자가 지난해는 9,057명으로 11년만에 처음으로 4자릿 수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지난 11년 동안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무려 12만여명, 경기도 하남시 전체 인구에 해당하는 숫자다.또 1년에 9,000여명에 이르는 사망자 수는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 교통현실은 아직까지도 「최악」에 가깝다.
이 때문에 나는 가끔 3년 후에 개최될 한·일 월드컵 축구경기와 교통사고 사망률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곤 한다. 과연 외국인들이 월드컵 경기를 보기 위해 교통사고율이 일본보다 3배나 높은 우리나라에 신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올 것인지에 대해 생각이 미치면 그 때마다 결론은 씁쓸하게 끝난다.
그도 그럴 것이 운전을 하다보면 아직도 버스나 대형화물차의 난폭운전과 함께 신호를 무시하면서 거리를 질주하는 영업용 차량의 무법운전 때문이다. 특히 심각한 것은 법규를 위반해도 「적발되면 범칙금 몇만원 내면 그만」이라는 운전자들의 법규위반 불감증이다.
교통범칙금에 둔감한 우리나라 운전자들에게 꼭 맞는 처방이 하나 있다.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범칙금 부과는 물론 경중에 따라 공중화장실 청소하기·고속도로변 오물 청소하기 등 사회봉사를 병행시키는 것이다. 대부분의 교통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이 방법은 체면은 중시하면서도 몇만원의 범칙금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운전자들에게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경제적·육체적·정신적·사회적 손해 등 이중삼중의 불이익을 받는다는 생각이 운전자들에게 철저히 각인된다면 11년만에 네자리 숫자로 낮아진 교통사고 사망자 숫자 감소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사고도 줄이고 월드컵도 성공으로 이끄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감소 정책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