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고향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

요즘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약간 들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손에 선물을 들고 바쁜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유난히 부산하다. 백화점이나 시장에는 북적이는 인파로 들끓고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에는 고향으로 가는 차편을 알아보려는 이들이 종종걸음을 치고 있다. 설이 코앞으로 다가온 까닭이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앞두고 사람들의 마음은 이미 고향에 가 있다. 아무리 길이 막혀 짜증나더라도 고향에 돌아가면 도시에서의 고단한 삶의 짐을 잠시라도 내려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누구나 고향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 나가 있는 근로자나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고향은 마음 속에 있을 뿐이다. 그래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당장은 아쉽지만 그만큼 일에 빠져 있으면 시름은 잊혀지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젊은 시절 한때 가고 싶은 고향은 있지만 갈 수 없었던 적이 있었다. 아니 가지 않았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가슴에 품은 꿈을 이루기 전에는 가지 않겠노라고 다짐하고 일에 파묻혀 살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18세에 고향을 떠나 나무젓가락 공장에서 일하는 것을 시작으로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비록 고단하고 힘든 생활이었지만 필자는 그것을 탓하지 않았다. 힘에 부친다고 느껴질 때마다 오늘의 시련이 앞으로 성공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까닭이다. 쓸쓸하고 외롭게 보낸 명절이 수없이 많았지만 스스로 쓸쓸하고 외롭다고 느껴본 적은 없다. 쓸쓸하고 외로울 틈이 없었을 정도로 바쁘게 살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회한이 없었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남몰래 눈물을 흘린 적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먼 추억일 뿐이다. 필자는 현재 고향인 강원도 홍천에 부지를 마련하고 공장건립을 추진 중에 있다. 꿈을 키워준 고향에 꿈을 되돌려주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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