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해외투자 철저한 준비를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외투자가 효율적이고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한동안 뜸했던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가 경제회복에 맞춰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한국경제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세계화 추세 속에서 한국 제조업체들이 제3국으로 진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 기업이 시장과 거래선을 유지하는 생존전략을 위해서나 미래의 도약을 위한 발전전략을 위해서도 해외투자는 필요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기업의 해외투자는 어려운 가시밭길에 비유할 수 있다. 국내에서 신규투자를 해서 성공하기도 힘든데 하물며 언어와 상관습이 다르고 주변여건이 낯선 외국에서 사업을 성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해외에 투자, 다국적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지만 성공한 케이스와 실패한 케이스가 분명하게 구분되고 있다. 일본이 지난 80년대 장기 호황기에 미국에 많은 투자를 한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일본 기업들은 뉴욕의 록펠러센터를 사고 캘리포니아의 페블비치골프장을 인수,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지만 결국은 상당수가 실패로 돌아갔다. 독일의 고급차 메이커인 다임러벤츠사가 미국 자동차회사 크라이슬러를 인수했지만 합병한 지금의 다임러크라이슬러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한국 기업들 사이에 중국에 대한 투자붐이 일고 있다. 이는 우리 기업의 강한 투자의욕이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지만 해외투자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한번쯤 짚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시장경제를 도입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공산주의체제의 골격을 유지하고 있고 이러한 불균형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지나치게 많은 투자를 한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중국이 국제사회에 개방된 지 25년이 됐고 그 사이에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는 바다. 하지만 중국의 장래 발전 가능성에 많은 회의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낙관론자들은 중국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 발전할 경우 머지않아 미국과 경쟁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전체의 속을 들여다보면 대나무처럼 텅 비어 있다는 온건한 비관론에서 중국의 몰락을 예측하는 극단적인 비관론까지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중국의 미래를 예측할 때 한국이 과거에 겪었던 경험을 되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60년대 가난과 굶주림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국가적 효율성을 강조, 한국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고도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가난의 문제가 해결된 후 인권과 노동문제가 대두됐고 국가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한국경제는 90년대 말 심각한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었다. 중국도 오늘날 사회 구석구석에서 돈맛을 알게 됐고 이런 현상이 발전되면 자유와 인권을 요구하는 근로자의 목소리가 높아지게 될 것이다. 동서의 지역별 소득격차 문제가 심화하고 실업문제가 부각되면서 사회불안과 정치불안으로 이어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지난 5년 동안 겪었던 경영의 불투명성, 금융회사의 부실채권, 기업의 제왕적 의사결정 등이 중국에서 훨씬 심각하게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당과 정부가 의사결정을 총괄하는 공산주의체제와 개인의 창의력과 인센티브를 중시하는 시장경제 사이의 불균형이 노출될 것도 대비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80년대 이후 고도성장에 따른 고비용 구조하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기반을 인도네시아를 비롯, 베트남, 타이, 방글라데시, 그리고 중남미 여러 나라에 다양하게 이전시켰다. 미국에도 통상압력을 해결하기 위해 철강ㆍ전자ㆍ반도체ㆍ자동차를 중심으로 많은 투자를 했다. 그 동안 한국 기업들의 해외투자를 보면 아시아 지역의 소규모 투자에서 성공한 사례가 발견되고 있으나 미국과 중남미 투자에서는 많은 실패를 했다. 대기업들의 미국 투자 프로젝트는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카리브해 지역에 진출한 의류 제조업체들은 현지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한국식 경영을 고집하다가 난관에 직면해 있다. 해외투자는 사업성 검토를 우선 해야겠지만 현지 언어와 문화를 철저히 이해해야 한다. 아울러 현지의 사회 및 역사의 변화 가능성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사업이 예상대로 되지 않았을 때의 대비책도 준비해야 한다.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중국 투자의 경우도 중국의 정치와 사회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한 예측과 대비를 해둘 필요가 있다. 김영만 주미 한국상의 명예회장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